인연
책상을 부수고, 컴퓨터를 부수고, 화장대를 부쉈습니다. 부셔야 했던 것을 부수니 버려야 할 물건들이 한둘씩 생겨났습니다. 버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순간이 아려오더군요.
사랑이 담긴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비워내고 멀어져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사랑이라고 증언하는 듯한 물건은 고이 간직하는 편입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물건들이 파고들어 왔습니다.
하루로 예상했던 날이 아직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버려야 할 것들로 가득 채워진 방바닥을 보며 잠을 청했습니다. 눈을 뜨니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여기서 계속 머물 것 같았습니다. 움직여야죠.
부단하게 버리며 비워내야죠. 아려도 잠시뿐이라 스스로 착각하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반쯤 비워냈을까요. 물건들이 말을 겁니다. 귀를 닫아야죠. 멀어져야 하니까요. 준비한다는 거 이별을 준비한다는 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