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우거짐 사이에 시야가 가려져도 우리는 손을 잡았다.
늘 푸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숲의 그림자는 짙고도 명확하니까.
그래도라는 수식어는 우리의 발을 매번 딛게 했다.
멀리서 길을 잃어도 좋을 거란 빛이 비쳐 올 땐,
잃은 건 서로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같은 방향을 바라만 보고 눈을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눈동자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겁이 사랑을 먹었다.
먹이가 된 사랑은 스스로 녹는 우물이 되었다.
굽이진 길을 만들고 파고들었다. 감수하리라.
놓아버리는 순간 감수하리라.
꿇고 있었던 무릎을 지긋이 더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