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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경 Aug 05. 2022

그 신발 너랑 안 맞는 거다.

인연

“ 그 신발 너랑 안 맞는 거다. ”

 

새 신발을 4년 만에 장만했어요.

자주 신던 신발 하나에 구멍이 조그마하게 나 있어,

새로이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취향이 소나무에요. 비슷비슷.

새 신도 전에 신던 거와 똑 닮은 디자인으로 골랐습니다.

저만 아는 다름이랄까요.

 

새 신을 사고 장마 기간이라 비가 계속 온다는 예보가 있었어요.

잠시 박스째로 넣어뒀습니다.

아른거렸지만 참아야죠.

 

기다리던 장마가 지나가나 싶어 신발을 꺼내

새 양말과 함께 신고 출근했습니다.

뭐라고 기분이 좋더군요.

 

하루빨리 신고 싶었던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던 건지.

미소가 슬며시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아픈지도 모르고 한참을 걷고 뛰고 다시 걸었습니다.

 

방에 들어와 샤워 준비를 하니 양말에 피가 한가득 묻어있더군요.

한가득. 아픈지도 몰랐는데.

양말을 벗어 보니 상처가 움푹 패 있었어요.

 

곪기 전에 약을 바르고 대일밴드를 붙여야 하는데

성격이 그냥 둡니다.

자연의 이치에 맞게 흘러가도록.

 

두다가 주변인들이 발견해요.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약도 바르고 신발도 바꾸라고.

그제야 약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유독 상처에만 그래요. 느긋합니다.

더 아파지려고도 해요.

슬픈 날에 슬픈 노래를 더 찾아 듣는다거나.

 

오늘만 아파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아픔에 익숙해진 걸까요. 강해진 걸까요.

무덤덤합니다.

 

신발 일주일째  뒤꿈치를 파고 있어요.

그래도 꼭 저는 그 신발을 신고요.

편해져야 하니까요.

 

다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춰가는 과정.

내가 끌어안으면 이 친구도 곧 저를 좋아할 걸 알아요.

 

오늘도 피가 날 걸 알고 신고 나왔어요.

익숙해지겠죠. 담담해지겠죠. 또 좋아지겠죠.

 

 

ps./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제 이야기를요. 최근엔 또 바다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하루빨리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을 담아 전하고 싶었어요.

귀한 시간 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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