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황금가면
지난 7월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자 미리 써 두었던 몇 편의 글을 용기 내어 발행했다. 아무도 읽지 않을 줄 알았던 나의 글들을 누군가가 읽고 또 누군가가 라이킷을 눌러줘서 정말 깜짝 놀랐다. 놀람과 동시에 나도 충분한 사색을 통해 좋은 글을 써낼 수 있으리라는 무한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두어 편을 더 쓰게 되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온 수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미천한 글솜씨에 좌절했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키보드 앞에 나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더 이상 한 편의 글도 쓰기가 어려웠고 일주일에 하나의 에세이라도 적자는 나의 다짐이 숙제처럼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이건 아닌데, 내가 글을 쓰려는 건 행복하기 위해서였는데. 건강하고 행복한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겠다 싶었을 뿐인데. 막상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생각을 드러내는 글이 아닌, 멋지게 포장한 그럴싸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결국은 어제가 마감이었던 '작가와 함께 만드는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에 응모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꿈 부분에 응모하려 했고, 가수 김동률 님의 '황금가면' 노래에 영감을 얻어 쓸 내용도 구상했었는데... 결국은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마감일이 지난 오늘 오전이 되자 오히려 차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써지지 않았던 글이 써진다. 그동안 왜 그토록 글을 쓰고 싶었고, 또 글을 쓰기가 어려웠던 건지 나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글 쓰는 지적인 여자로 보이고 싶었던 걸까? (이런 게 지적허영심?) 아니면 아이 둘을 키우며 세상 시크한 T성향이 되어버린 내가 감수성 풍부한 F인 척 보이고 싶었던 걸까? 나는 실은 어렸을 적 '개똥철학자'라는 별명이 있었을 만큼 애어른이었다. 가난과 부모의 질병, 아버지의 죽음은 철없는 셋째 딸도 저절로 철들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이제는 내가 부모가 되어 어린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가장 먼저 내 마음속에 있는 작은 소녀부터 돌봐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이제는 그 시절 작은 소녀를 살뜰하게 돌보고 성장시켜 바른 생각을 가진 건강한 성인으로 길러내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다짐해 본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세상에 나의 글을 내보여보자.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브런치스토리의 '글발행안내' 알림처럼 꾸준하고 성실하게 '다시' 노력해보고자 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그로 인해 내가 아닌 '남'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좋은 글을 세상에 선보이겠다.
세상이 노래할 그 이야기 내가 쓸 거야
대대로 이어질 전설을 꼭 난 이뤄내고 말 거야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난 황금가면, 황금가면, 황금가면.
- 김동률, '황금가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