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드, 그 간지에 대하여
어느덧 크로스핏 두 달차, 술을 먹고 흔들거리던 어느 거리에서 이 격한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에게 말했다. "야, 우리 박스 한번 와서 와드 한번 할래?" 무척이나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허세를 가장한 나의 유머를 알아준 친구가 웃어주었기에 망정이다. 크로스핏에서 쓰는 용어는 하나하나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운동 전 화이트보드에 쓰여져 있는 당최 생소한 단어들에서 간지를 느끼는 요즘이다.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인 크로스핏에 대한 글을 써보고도 싶었고 또 아직 헷갈리는 용어들을 외울 겸, 기본적인 '크로스핏어'를 정리해보려 한다.
크로스! 플러스 핏트니스! 이다. 역도와 체조, 무산소, 유산소 등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단시간 고강도로 운동하는 방법이자 하나의 브랜드.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렇게 명료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어느 자리에서나 크로스핏에 대한 예찬을 하고 다니는데 그뜻을 알려주면 모두가 아~ 하고 쉽게 이해한다.
(활용) : 크로스가 뭐야? 교차지? 휘트니스 뭐야? 알겠지? 이것저것 다 섞어서 빡세게 하는 거야
헬스클럽도 아니고 체육관도 아니고 무려 박스이다. 나 어디 무슨 미국에서 운동하는 기분이잖아.
(활용) : 우리 박스? 우리 박스 금정역 뒤에 있어
Workout Of the Day의 약자. 오늘의 운동. 오늘의 운동이란 말은 참 순하고 편한데 와드는 좀 더 하기 싫어지는 딱딱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멋은 있다. 우리 박스는 보통 오후 10시 즈음 다음날 와드가 공지된다. 만약 친구와 함께 있다면 이런 거들먹은 어떠한가.
(활용) : 아, 내일 와드 좀 빡센데? (상대방이 물어봐주길 원함)
와드를 같이 한다는 뜻이다. 흡사 너 죽고 나 죽고? 정해진 운동을 끝내야 짝꿍이 이어갈 수 있다. 그러면서 시간을 단축하거나 기록을 늘릴 수 있는 것인데 난 어쩐지 팀 와드는 조금 부담스럽다. 미안하다. 나랑 팀이 되어 운동할 시간에 응원을 더 하는 짝꿍을 보면 참 괴롭다. 얼른 끝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말이다. 팀 와드가 끝나고 나면 항상 미안함을 표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늘 웃으며 손사레 치시는 짝꿍들로 인해 그래도 꾸역꾸역 해나간다.
(활용) : 아, 내일 팀 와드네...부담스러운데 가지 말까?
드래곤볼을 보면 이런 이벤트가 있다. 천하제일 무술대회. 크로스핏판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쓰로다운일 것이다. 아, 물론 천하제일 무술대회는 지구 최고를 가리는 것인데 쓰로다운은 그보다 축소된 우리 박스 혹은 우리 박스랑 이웃 박스가 함께 하는 대회인 것 같다. 나는 쓰로다운 보다 쓰로다운이 끝나고 진행되는 회식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다. 회식 언제 해.
(활용) : "어택님, 다음엔 쓰로다운 나가셔야죠!" / "아니요!"
청강이라고 하면 될까. 내가 가는 박스가 아닌 다른 박스로 가는 청강. 크로스핏 문화 중 하나이다. 혹자는 여행을 다니며 그 지역 박스에 드랍인을 간다고 한다. 박스마다의 분위기도 다르고 수업방식도 다를테니 그것들을 체험하는 것도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
(활용) : "드랍인 오셨어요?" / "아뇨, 회원인데요?" - 운동시간이 다르니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완전 기본 용어까지만 정리하고! 운동 방식에 따라, 운동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뻗어있는 단어들은 다음 시간에 또 이야기해보록 하겠다. 역도가 땡긴다. 그 쾌감을 왜 진즉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