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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Dec 29. 2023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한다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고

무슨 옷을 입고 다니는지를 보고 난 후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최고급 차를 몰고 온 동생에게

점심을 대접받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은 기업 대상으로 영상 관련 일을 주로 하는데

구제 사역으로 유명한 기관의 일을 도왔다.

기관이 좋은 일을 한다고

거의 무료에 가까운 임금을 몇 년째 받고 있었다.

하루는 그 회사의 임원이

'왜 임금을 몇 년 동안이나

올리지 않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귀한 일을 하기에 자신도 동참하는 마음에서

임금을 올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며칠 뒤에 관련 부서의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에게 지급하던 임금을 더 삭감하라고

임원이 지시했단다.

'나의 존재를, 나의 호의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

동생은 임원의 지시를 듣고는

바로 최고급 차를 계약했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말처럼

동생은 가마니로 보이지 않도록

태도를 바꿔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과 예전의 관계를 갖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고 슬펐다.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 채,

무슨 차를 타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시계를 차고 다니는지를 보고

그 사람의 지위와 수준을 판단하거나,

한 사람의 가치를 계산기를 두드려서

얼마나 쓸모 있는지,

값이 얼마나 나갈지 소급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대학교 다닐 때,

자취방에서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렸다.

'사람들은 이런 가치들로 판단하지만,

그 기준으로만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슬픈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치로

사람의 존재를 만날 수는 없을까요?

그런 가치를 품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노래하는풍경 #1572 >

#기도 #사람의가치 #긴장사회 #존재 #하나님

#임금협상 #임원 #포르쉐

이 글을 다 적고 난 후,

좋아하는 배우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로 '나의 아저씨'를

꼽을 만큼, 자주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었는데..

앞서 글에서 말한 것처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하기에,

실제의 사정을 알지 못하기에

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누군가 내 말을 너무 우유부단하다고 평했다.

나도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가혹한 말들은 넘칠 만큼 가득하다 느꼈다.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 하나가

'죄가 가리어짐을 받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라는 말이다.

나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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