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새로운 분기점
오늘은 귀한 분기점이었습니다.
가해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받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진작에 이 자리를 요구받았지만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과를 받는다고 아무 일도 없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과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과 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울었습니다.
한 걸음 용기 낸 딸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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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딸은 이 아이를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따돌리는 아이들이 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결국 딸은 몰래 이 아이를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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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차 안에서 대화를 하다가 이 일을 듣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나의 첫 마디는 "그러지 말지." 였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실이 드러나면 친구들 사이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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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아무도 알지 못할 거라 자신만만했습니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아빠의 말에 딸은 말했습니다.
"그러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옳아요?"
나는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딸은 초등학교 때도 비슷한 일에 참지 않고
임원에 나가서 여러 공약을 걸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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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주일이 지나서 우려했던 일이,
우려했던 일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따돌림을 당했던 아이가, 따돌렸던 아이의 무리에
들어가면서 딸의 이름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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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딸은 고된 개학을 맞았고 힘든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친구였던 아이들에게 받는 고통은 더욱 심해졌고
딸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란 희망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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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절대로 나서지 않을거야."
딸은 배신감과 억울함과 절망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울고 있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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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일도 너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일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다음에도 이런 일에 네가 나서도 된다고 생각해.
전에 차안에서 네가 물은 질문에
아빠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던 건,
그 말이 틀리지 않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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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우려처럼,
안타깝게 이 일은 드러나게 되었어.
그렇다고 다음부터는 나서지 않을거라 결심하는 대신,
다음에 또 이런 일에 나설때는
이번 같이 대가 지불을 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그때 또 나서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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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는 한 걸음 자랐습니다.
자라 나는 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딸에게는 슈퍼 히어로인 것처럼,
아빠라서 당당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는데...
나도 참 많이 울었네요.
이렇게 더 깊어지기를, 인생을 알아가기를
그러면 더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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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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