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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Nov 04. 2015

남해의 봄날

봄날의 집에 묵다

남해의 봄날과 통영.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봄날의 집에 묵으며,
그리고 통영이라는 도시를 거닐며,
이 도시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산보하듯 집 앞 거리를 나와도 예사롭지 않은 풍경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물안개와 섬들의 공간과 리듬들이
흔한 일상으로 흘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윤이상, 전혁림, 박경리, 김춘수..통영에서 자란
수많은 예술가들은 문학, 음악, 미술, 전통 공예 등
찬란한 문화적 토양을 가진이 곳이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남해의봄날에 묵으며
방문했던 음식점들에는 주인이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주인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미적 수준은 일반적인 것을 선회했습니다.
‘도상은 상상력의 근거’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이 상상할 수 있는 기초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통영이라는 도시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많은 풍광과 호흡들이
기본적인 미적 안목을 이렇게 높여 놓은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전혁림미술관 옆에 남해의 봄날이 있습니다.
남해의 봄날은 서울에서 기자 일과 다양한 콘텐츠 기획을 하던
정은영대표가남편과 함께 서울의 삶을 내려놓고 통영에 만든 작은 출판사입니다.
정대표의 말대로 아무런 인맥이나 기반 없이 시작한 창업은
긴 시간 동안 모진 풍랑과 광야를 만나야만 했습니다.
(저는 눈치없이 광야사진을 선물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는 인생이 광야 같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은 출판사인 책방과 문화예술 체험 아트하우스인 봄날의 집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이제 생존할 만큼의 균형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동네 건축가 강용상대표와 남해의 봄날은
통영이 가진 찬란한 문화를 소통하고 알리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게스트하우스인 ‘봄날의 집’을 지었습니다.
http://namhaebomnal.com/arthouse
저는 2층의 테라스와 연결되는 <장인의 다락방1>에 묵었습니다.
나전 장인이 직접 만든 문패와 거울, 전통가구로 꾸민 공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신비함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묵었던 날이 남해의 봄날 1주년이었다고 합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나누었던 떡을 먹으며
이 공간과 남해의 봄날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빅토리아 D. 알렉산더가 쓴 예술사회학에 보면
반영적 접근과 형성적 접근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영적 접근은 사회에 대한 반영을 작품에 나타낸다는 말이고,
형성적 접근은 예술 그 자체가 그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입니다.
남해의 봄날은 통영과 전국의 작은 책방을 이은 지도와 장인지도들을 생산하는등
꾸준히 지역과 사람들, 책방이 가진 한계와 소통의 열쇠를 고민하며
통영이 가진 예술적 가치들을 재생산함을 통해 반영적 접근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작고 소외되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출판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가업을 잇는 청년들>,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http://namhaebomnal.com/project/books


남해의 봄날에서 출판한 책을 조금만 살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책들, 그래서 더욱 쉽지 않지만
그들만이 낼 수 있는 책들을 발행해 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가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남해의 봄날이 추구하는 형성적 접근입니다.




언젠가 서울 방배동의 어느 가정집에서
식사를 나누며 정은영 대표가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넓은 길이 아니라, 쉽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 길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에 걸어갑니다.”

남해의 반짝이는 윤슬과
풍성하게 대접받았던 바다 음식들,
아늑한 숙소 가득했던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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