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by 이요셉


낙후된 외국을 나가보면
비로소 이른 밤을 알게 됩니다.

해가 지기 전에
마을에 머무르던지,
숙소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로는
집으로 돌아오기 힘들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덮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삶을 알게 됩니다.
거칠고 노곤한 육체는
밤을 통해 쉼을 얻습니다.


단순하다는 말이 거칠고 험하거나
피곤하다는 말의 언저리에 있는 말은 아닙니다.

단순하다는 말은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을 털어내고,

주님과 만나는 접촉면의 불순물을
정돈한다는 의미와 가깝습니다.

한국으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풍요로움이 나를 안습니다.

온갖 단순하지 않는 요소들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합니다.

선교지에서 만난 이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불편한 잠자리와 이동 수단,
느린 인터넷 속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상점들..
도대체 거기가 더 좋을게 뭐란 말인가요?

덜거덕 거리고
냄새나는 버스를 타고는

창밖 풍경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님과 대화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내게 정말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곳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주님과의 친밀함 때문입니다.

주님이 주신 풍요로움이
오히려 내 눈을 멀게 할까
내 마음을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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