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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May 13. 2016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시골 완행버스 같은 비행기

최종 목적지인 아프리카의 차드로 가려면 

에티오피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합니다.

내가 타야할 비행기는 이미 떠나버렸고 

나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벌써 10시간이 넘도록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하지만,
다음 비행기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시 아프리카 항공은 사람들이 좌석에 모두 차야 

출발하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륙시간이 지나도 빈자리가 있으면 

만석이 될 때까지 출발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여기서는 아무도 항의를 하지 않습니다. 


다들 아프리카는 원래 이렇다고 

생각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항공사에서는 빈자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늘 과도하게 예약을 받아서

예약을 했음에도 좌석 배정을 못 받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항의라도 하면
‘왜 컨펌을 위한 리컨펌을 안했느냐?’는 식입니다. 

지금 제가 아디스아바바에 

발이 묶인 이유이기도 하죠. 

예약하고, 컨펌까지 한 비행기를 타지 못한 

억울한 상황이지만 


어쩐지 마음은 편안합니다.

이런 식으로 비행기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저 역시 그저 아프리카만의 정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건 아프리카를 몸으로 익히는 

첫 번째 관문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내딛을 아프리카 땅에서는 

이보다 더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전 그냥
 ‘국제선 비행기가 시골완행버스처럼 정겹다’
고 생각해 버리고 있습니다. 


이미 10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몇 시간쯤 더 기다린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프로펠러를 단 정체불명의 작은 비행기가 

터미널을 서성이던 저를 태워 

밤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의 공항이 늘 그렇듯, 

내가 가지고 온 짐을 문제 삼아 

어떻게든 이권을 취해보려는 군인들과의 

실랑이가 남아 있습니다.


동이 터올 무렵에야 

겨우 숙소에 도착해 누웠는데 

콧잔등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밤마저 더운 이 나라. 

비로소 아프리카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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