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흐뭇한 표정으로 야쿠르트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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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동생 소명이를 데리고 친구네 집에 가다가
길에서 야쿠르트 파시는 아줌마를 만났는데
인사를 드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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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쳤는데 아줌마가 자기를 다시 부르더니
자기와 동생에게 야쿠르트 하나씩을 건냈다고 합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오면
엄마를 줘야겠다고 품에 넣었는데
친구 엄마가 간식으로 또 야쿠르트를 주셨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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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연속이었구나.
그런데 온유가 인사를 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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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빠,
보통은 어른들이 인사를 안 받아줘요.
특히 남자 어른들은 내가 인사를 하면
본체만체할 때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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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인사를 하면
야쿠르트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좋은 게 너한테 돌아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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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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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
야쿠르트 선물을 다음에
또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인사하면
그게 너를 만들어 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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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야쿠르트 하나에
딸아이 기분이 좋은지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어릴 적부터 낯을 많이 가려서
인사하라고 시켜도
엉덩이를 빼던 아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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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자라면서 꼬마 아이가
이제 숙녀 티가 나기 시작합니다.
봄의 계절을 맞아
작은 발코니가 비밀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온유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많은 질문들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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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를 해야 하지?
도대체 이런 게 쓸모는 있는 거야?'
그때마다 대답을 참는 이유는
입에서 귀로 전해주는 뻔한 답이 아니라
마땅한 답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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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명이를 데리고
셀프세차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물을 뿌리거나 거품 솔을 사용하는 동안
몇 분 단위로 몇 천 원 씩 돈이 나가는 터라
바쁘게 몸을 움직여 세차를 끝내곤 합니다.
그날은 소명이에게 물을 뿌리게도,
거품솔질을 하게도 했습니다.
함께 땀을 흘리고는
소명이가 차 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말했습니다.
"나 이제 차를 더럽히지 않을 거야."
스스로 찾아낸 마땅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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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가 코로나 때문에
두려워 울던 밤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과 밤마다 기도를 하고 말씀을 읽고 있습니다.
마땅한 답은 적절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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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물론 꾸지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강아지에게 배변 훈련을 할 때
잘못한 것을 자꾸만 꾸짖으면
눈앞에서는 조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마다 배변을 하게 됩니다.
습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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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각자의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바꿔진 습관이 오랫동안 이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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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착오와 계속된 시행착오
기다림과 꾸지람과 칭찬과 적절할 때..
무엇보다 부모가 가진
마음의 방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를 좋은 아이로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아이를 그 아이의 모양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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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밀의 화원에서 아이는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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