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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May 09. 2020

자신이 가진 사랑의 언어로

소명이 친구 소명이의 어버이날

소명이의 선물

아이들은 이제 각자 자기들의 언어로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온유는 어버이날 하루 전부터

자기가 쓴 편지와 선물과

만든 상장을 보여주며 사랑을 표현했는데

그동안 소명이는

무언가 숨기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소명이가 얼마 전부터

괜히 우편함을 서성였는데

왜 그런지 밤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태권도장에서

집으로 편지를 썼는데

그만 배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태권도장에는 우리 소명이와

성과 이름과 나이까지 똑같은

소명이가 다니고 있습니다.

소명이가 쓴 편지는 우리 집으로 오지 않고

그쪽 소명이의 집으로 배달되었기에

우리 집 우편함은 감감무소식이었지요.

어버이날 당일에도

기다리던 편지가 오지 않자

혼자서 전전긍긍하던 소명이는

누나가 놀러 가자는 데도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버이날이기 때문에

어버이를 돌봐야 한다며.

저녁에는 교회 마을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기다리던 편지가 오지 않자

엄마에게 허락받아서

통장에 넣으려고 보관해둔 세뱃돈을 빼서는

편의점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소명이가 급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편의점으로 달려 나갈 때

아이의 발걸음에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사가지고 올지,

그 물건이 무엇이건 간에

내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하고픈

아이의 표정과 발걸음과 몸짓이

부모에게는 어떤 물건보다 소중했지요.

그래서 아이가 대가 지불한 물건에

우리는 마음을 다해 환호해 주었어요.

마치 주님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요?

"엄마가 이 꽃을 좋아하실까?

과자를 좋아하실까?"

결국 소명이의 돈으로 케잌을 사서

마을 모임 때 어버이날 축하 파티를 했습니다.

마음이 중요해라고 말하지만

그 마음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통해

확인하거나 드러나 보입니다.

그것이 꼭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서툴고 어색한 안부 목소리라 할지라도.

돌아오는 차안에서

소명이가 기쁨에 넘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번 가정의 달은 정말 행복한 것 같아

내가 선물 받기도 했지만

나도 선물할 수 있어서!"

온유가 쓴 편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다가

편지를 쓰다 보니

당연한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의 일상 속에 고마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당신 덕분이에요.

#어버이날 #배달사고헤프닝 #소명이친구소명이

#마음을전하는방법 #서툴고어색한안부목소리

#건강하세요 #그것으로도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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