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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Aug 06. 2020

소명이의 나비효과

아이들이 자란다, 시간속에서

온소 설교노트

"나 이제 설교시간에

노트를 적어 보려고요."

소명이의 말에 격려를 실어 주었더니

얼마 전부터 소명이가

설교 노트를 적고 있습니다.

왼손으로 삐뚤빼뚤 글씨를

써 내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몇 번이나 웃음이 터질뻔했습니다.

"이렇게 했어야지,

저렇게 하면 좋아."

이렇게 말하지 않고

계속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시켜서 시작했다면

한두 번은 하겠지만

얼마나 갈까 싶습니다.

손가락 아픈 숙제를

피하고 싶어서 요령을 부릴 텐데

손가락을 꾹꾹 눌러 가면서

노트를 적는 이유는

스스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명이에게

왜 노트를 적는지 물었을 때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빠가 설교 때마다

노트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온유의 말이 가관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잘해야 돼."

웃자고 꺼낸 온유의 농담이

뼈를 때립니다.

여러 실수한 일들이 생각나서

식은땀이 흐릅니다.

어쨋든 소명이가 시작한 일을

옆에서 지켜보던 온유도

노트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한 사람이 시작한 일이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둘은 서로가 쓴 설교노트를

바꿔 읽으며

바닥을 굴러가며 웃습니다.

같은 예배 속에서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가

웃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즘 밤마다 기도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뜨겁습니다.

사회와 진행을

차례대로 번갈아 맡기 때문입니다.

중대한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니지만

역할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기도를 나눕니다.

어제는 소명이가 마무리 기도를 했습니다.

"안디옥 교회가

유대인이 아니라 헬라인에게도

예수님을 전한 것처럼

우리끼리만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도 사이가 좋아지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나아만 장군의 병을 낫기 위해

이스라엘에 소식을 전했을 때

이스라엘 왕이 옷을 찢었습니다.

자기가 하나님인 줄 아느냐며.

하나님과 함께 있지만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예배드리는데

우리도, 우리 중에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뒤집거나, 걷고, 말을 하는 ..

아이들이 자라나며 생겨나는

구분점들을 기억합니다.

부모에게는 늘 아이 같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우리 중에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중에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아멘.

#소명아너무다쓰지말고목사님얼굴도좀보고

#알아요 #중요한것만쓰고있어요

#무슨빡빡이숙제도아니고 #그만좀쓰고목사님얼굴좀봐

#분량제한을둬야하낭 #소명이의나비효과 #육아를배우다

#노래하는풍경 #천국의야생화 #럽앤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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