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란다, 시간속에서
"나 이제 설교시간에
노트를 적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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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의 말에 격려를 실어 주었더니
얼마 전부터 소명이가
설교 노트를 적고 있습니다.
왼손으로 삐뚤빼뚤 글씨를
써 내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몇 번이나 웃음이 터질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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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했어야지,
저렇게 하면 좋아."
이렇게 말하지 않고
계속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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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서 시작했다면
한두 번은 하겠지만
얼마나 갈까 싶습니다.
손가락 아픈 숙제를
피하고 싶어서 요령을 부릴 텐데
손가락을 꾹꾹 눌러 가면서
노트를 적는 이유는
스스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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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에게
왜 노트를 적는지 물었을 때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빠가 설교 때마다
노트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온유의 말이 가관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잘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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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꺼낸 온유의 농담이
뼈를 때립니다.
여러 실수한 일들이 생각나서
식은땀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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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소명이가 시작한 일을
옆에서 지켜보던 온유도
노트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한 사람이 시작한 일이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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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가 쓴 설교노트를
바꿔 읽으며
바닥을 굴러가며 웃습니다.
같은 예배 속에서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가
웃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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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즘 밤마다 기도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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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진행을
차례대로 번갈아 맡기 때문입니다.
중대한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니지만
역할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기도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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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명이가 마무리 기도를 했습니다.
"안디옥 교회가
유대인이 아니라 헬라인에게도
예수님을 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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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만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도 사이가 좋아지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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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만 장군의 병을 낫기 위해
이스라엘에 소식을 전했을 때
이스라엘 왕이 옷을 찢었습니다.
자기가 하나님인 줄 아느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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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 있지만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예배드리는데
우리도, 우리 중에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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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거나, 걷고, 말을 하는 ..
아이들이 자라나며 생겨나는
구분점들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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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는 늘 아이 같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우리 중에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중에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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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너무다쓰지말고목사님얼굴도좀보고
#알아요 #중요한것만쓰고있어요
#무슨빡빡이숙제도아니고 #그만좀쓰고목사님얼굴좀봐
#분량제한을둬야하낭 #소명이의나비효과 #육아를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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