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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Mar 15. 2023

계획하지 않았지만, 울다 보니

통제 되지 않는 일 앞에서

종일 몸에 힘이 없었다.

긴장한 줄 몰랐지만 긴장했고

피곤한 줄 몰랐지만 피곤했다.

끝없이 이어진 해야 할 일 앞에서

피로함을 느꼈던 것 같다.

통제되지 않는 일 앞에서

나는 잠깐 일을 멈추었다.

내가 다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울은 자신 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분노한다.

왕이지만 자기 통제할 수 없었다.

다윗을 향한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는 이들도 없었고

신하들뿐 아니라 자신의 아들조차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아히멜렉을 처단하라는 자신의 명령에

신하들은 뒤로 물러난다.

제사장을 칼로 치라는

왕의 명령이 우스운가?

하나님은 두려워하지만

왜 내 말은 두려워하지 않는가?

나는 왕인데. 왕의 명령이 두렵지 않은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기회주의자는

왕의 명을 따랐을 뿐 아니라,

명령하지 않은 일까지

서슴없이 실행했다.

제사장의 도시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85명의 제사장과 성읍의 남녀, 아이들과

젖먹이와 가축들까지 남겨 놓지 않았다.

사울은 충성을 요구했고

도엑은 칼춤을 추며 사울의 명을 따랐다.

그에게는 도엑과 같은 이만 남게 될 것이다.

세상은 통제되지 않는다.

왕이던, 사업가던, 재벌이건

권력가라도, 누구도 인생을, 운명을,

하나님을 통제할 수 없다.

참담한 소식을 들은 다윗은 자책한다.

부모와 가족을 잃은 아비아달에게

자신의 잘못임을 고백한다.

그에게 식구가 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오늘을

통제할 수 없지만 순종할 수 있다.

함께 아파하고, 책임지려는 태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울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

다윗의 고백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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