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를 향하는가

하모니카, 창희

by 이요셉
DSC03663.jpg 리스본

내 사진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내게 이 질문을 물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묻자면,

내가 만나는 사람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하느라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한 달이 넘도록 한 장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

결국 나는 이 답을 찾지 못했다.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 질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시간에 알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이 질문을 하게 되면

나는 조금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질문을 물었던 시간이

창희 형을 만났을 때였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형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하모니카를 불고

나를 반겨주었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깊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까지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지만

얼굴을 실제로 마주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을

10여년이 지난 후에야 실감되었다.

내가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만 생각했지, 나보다 스무 살은

많은 창희 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이, 창희 형을 가까이서

챙겨온 사람들이 있다.

세진 형제는 어제도 창희 형이 겨울에

입을 만한 점퍼를 준비했고,

형이 어제 신고 있던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창희 형이 세진 형제에게 전화로 말했단다.

"내가 꼭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이 따뜻한 말이 이렇게 나를

낯 뜨겁게 만드는 말이었다니.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주저할 때가 있다.

내 안에 사랑이 있기를 기도한다.

<노래하는풍경 #1539 >

#사진 #사랑 #그리움 #하모니카 #버드나무


111-2.jpg 하모니카 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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