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의 바가모요에서
"이건 인권 침해예요."
몇 년 전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웠다며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이건 인권침해일 수 있지만
이건 인권침해가 아니야."
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알지 못한 채,
짐작으로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폭력적이거나
인격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서다.
그래서 갑작스레 몇 년간
인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한 후 아이들에게
제대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 연장선에서 나는
국가 인권위원회 위촉강사가 되었다.
인권을 가르치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강의에 초대했다.
예를 들면 노예무역 폐지의 중심에
서있던 윌리엄 윌버포스라든지,
자신의 모든 작품보다 한 사람의
가치를 귀하게 여겼던 빈센트 반 고흐,
내가 최근까지 작업했던 이산가족 콘텐츠와
노숙인, 수용자 자녀들, 자립준비 청년..
가장 작은 자, 한 사람.
비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한 사람의 가치와 존엄을 말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의미 있고 보람 있었다.
청각장애인들이 수어 통역을 통해
내게 고마움을 표했던 순간은
마치 사랑스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온라인에서 복지관으로, 각종 센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와 대학교,
구청과 시청에까지 강의가 자꾸만 확장되었다.
나는 내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진심을 담았다.
그러나 동시에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 국가 인권위원회에서의
위촉을 연장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거의 3년을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세상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다면
안하무인이 되어 환경과 피조 세계가
신음하게 될 것같았다.
..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있는가..
그래서 내게 이 시간은
그 아름다움을 탐구한 시간이었다.
허락하신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고 배웠다.
고민과 두려움 때문인지,
순종하기 위해서인지
나는 걷던 길을 또 멈추었다.
다시 이 걸음이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지만
자주 말했던 것처럼 이 경험이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위로하는데 잘 사용되기를 기도한다.
_ 사진은 바가모요 [Bagamoyo]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양 최고의 휴양지다.
이곳은 Baga(내려높다) moyo(심장)이라는 뜻으로
노예로 팔려가게 된 사람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기 전 마지막 선착장으로 사용된 항구다.
몸은 고향을 떠나지만 내 심장을 여기에 내려놓는다는
슬픈 어원을 가진 곳이다.
<노래하는풍경 #1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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