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by 팔구년생곰작가






오늘도 전쟁터와 같았던 하루가 끝났다.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몸이 녹초가 되어 버린다. 평소에도 응급센터는 바쁘게 돌아가지만 최근에 급격히 퍼져가는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바빠졌다. 이렇듯 하루하루를 바쁘게 그리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쁜 곳에서 고생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직업이 가지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에 대해서 스스로 되새기며 버티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매일매일 꾸준히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연락을 해오는 친구가 있다. 최근 근황 그리고 각자 하고 있는 일은 어떤지, 잘 지내는 가에 대해서 등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왜 이렇게 다들 아등바등 전쟁터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과거 투석을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던 할머니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왜소하고 병약해 보이지만 시내에 수많은 땅과 건물을 보유할 만큼의 재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병세가 악화되다 보니 할머니 스스로 이런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나를 보며 한탄을 하시고는 했다.


"젊었을 때 너무 앞만 보고 일만 열심히 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는 구만, 이제야 인간답게 살아가겠거니 돌아보니 흰머리가 무성한 노인이 되어 병이 들어 버렸으니... 원."


"젊은 양반 항상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게나."


요즘 들어 부쩍 그때 할머니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 인생사 부질없다는 어른들의 말이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끝자락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때는 좋은 마음, 미운 마음, 서운한 마음도 내려놓게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