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힘들잖아요.

by 팔구년생곰작가






어느덧 간호대를 졸업하고 임상으로 나간 지 7년이 되어간다. 누구나 그렇듯 간호사라는 이야기를 하면 "일이 힘들지 않냐.?"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당연히 나는 대한민국 간호사 누구나 겪는 힘듦을 똑같이 겪고 있다.


당신도 힘들잖아요.


사실 간호사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나는 태권도를 했었다. 따라서 운동을 전공으로 공부해서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어려웠던 경제적 사정, 그리고 취업문제 등으로 인해서 남자에게는 생소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까지도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간호사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하고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이 잘되니까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조건 선택하고 해야만 했다. 따라서 일을 시작하기 전 내가 어떠한 심리적 부담감과 외부적 스트레스를 받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 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남자이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수많은 힘든 일에 비하면 작은 것에 불과했다. 의사 및 기타 의료 관련 직종 사람들과 관계, 환자 및 보호자와 관계 등 그리고 업무적 스트레스, 번아웃이 될 정도의 업무량은 곁에 있던 사람들을 한 명, 두 명 떠나가게 만들었다.


나 또한 현재 다니는 병원이 세 번째 병원이다. 어쩌면 더 나은 환경과 안정적인 조건을 찾아서 떠났지만 결국 돌고 돌아서 그나마 더 나은 병원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남아있는 사람의 마음과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 또한 이해가 간다.


아직도 나는 꺼질 것 같은 생명의 불씨를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맞이할 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불안한 환자 및 간절한 보호자 앞에서 내비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하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환자의 생체징후를 확인하고 우선적인 처치를 수행한다.


내가 맞이했던 환자가 치료를 잘 받고 퇴원을 하면 기분이 좋지만 혹시라도 내가 처치를 잘못해서 환자의 상태나 컨디션이 악화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하게 된다. "조금 더 공부하고 알았더라면, 조금 더 침착하게 행동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언제까지 간호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혼자만 겪는 아픔과 힘듦이 아님을 알고 있다. 간호사라면 누구나 겪는 나름의 아픔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 지켜야 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유니폼을 입고 가슴 한편에 간호사 휘장을 단채 환자를 향해서 뛰어간다.


"내 옆에 있는 간호사 선배와 동료 그리고 스스로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