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 검사인 '마이어스 - 브릭스 유형 지표'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현재 다니는 직장에 들어가기 전 MBTI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MBTI는 이렇듯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MBTI의 탄생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책 < 성격을 팝니다 >를 통해서 MBTI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검사가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게끔 평생을 헌신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MBTI는 어떤 검사인가?
사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MBTI 검사만이 가지는 매력적인 부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MBTI 검사는 무엇일까? MBTI는 캐서린과 그의 딸 이사벨이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하여 만든 검사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진 검사이다.
MBTI 설문지는 93개 문항에 개인이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을 평가한다. 선호하는 4개의 지표를 조합하면 총 16가지 성격 유형이 나오고 이 조합 중 하나가 당신의 참 자아를 나타낸다. < 메르베 엠레, 성격을 팝니다. >
나는 MBTI 검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실성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인간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MBTI의 시작이었을까?
MBTI 검사를 단순히 성격유형검사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책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책의 내용에는 MBTI를 처음 시작한 캐서린이 어릴 때부터 유달리 내성적이었다고 나온다. 또한 동물학 및 곤충학 교수였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과학을 믿지 못한 어머니를 닮아서 단단한 영성으로 자신을 무장했다고 한다.
훗날 캐서린은 라이먼 브릭스라는 시골 소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고, 뜨거운 사랑을 통해서 새로운 탄생을 반기게 되었다. 캐서린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일상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고, 아장아장 걷는 딸아이가 의젓한 단어를 구사하고 어린 동생을 책임감 있게 챙기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세례를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 둘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캐서린을 슬픔에 빠뜨리게 하였다. 또한 소중했던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서 존재론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MBTI 검사를 만들게 되었다.
독자의 생각 : 존재론적 고민은 누구든 하고 있는 고민이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 이러한 캐서린의 고민은 나 또한 고민한 부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MBTI 검사를 보며 캐서린이 자신의 아이들을 많이 사랑했었다는 것이 느껴졌고,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캐서린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세계적인 성격유형 검사인 MBTI 탄생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사이 캐서린은 또 다른 아이를 잃었다. 이번에는 세례를 받게 할 기회조차 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캐서린은 하나 남은 이사벨을 데리고 1901년부터 성격에 관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캐서린이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썼던 표현대로 모녀가 함께 ‘정원에 씨를 뿌렸다.’ 인간의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일이었으니 20세기에 볼 수 있는 가업으로는 무척 특이한 사업이었다. 성격 검사의 종류가 다양하고 MBTI 외에도 개발자가 심취했던 사적인 관심사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MBTI는 특히 그 시작부터 두 개발자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캐서린은 엄마로서 아이들이 ‘교양 있는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나는 ‘보편타당한 권위에 순종하는 자세’였고 또 하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단련하는 자세’였다. 또한 교양 있는 성인이라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캐서린의 소신이었다. 부모는 자녀가 일찌감치 ‘하나의 분야’를 선택해 그 일을 열심히 익히도록 훈육해야 한다. 개인적인 출세나 부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수단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이런 선행을 통해 구원에 이르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일기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건축가는 건물을 지어야 하는 곳에서 문명을 창시하고, 배우와 연주가는 오락이나 여흥이 필요한 곳에서 문명을 창시하고, 의사는 사람들이 아픈 곳에서 문명을 창시한다.」한 사람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야 하기에 자신이 전문 직업을 따로 구축하지 못한다 해도, 다시 말해 그녀 자신이 직접 전문가로 ‘문명을 창시’ 하지 못한다 해도, 다른 모든 이들이 전문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캐서린은 생각했다. 아이들이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어느 진로를 택하는 것이 그들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 쓰일 심리적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캐서린의 작업은 훗날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왔다. 반세기 후에 그녀의 딸은 전문화에 관한 어머니의 생각이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확신했고, 어머니와 함께 만든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지표를 선전할 때 최고의 ‘인재 분류 도구’라고 설명한다. < 메르베 엠레, 성격을 팝니다. >
이렇듯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 캐서린이 세계적인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일을 쉬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것으로 위대한 성공을 거두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슴속에 품고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에 조금씩 다가가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서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타인의 삶에도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