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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May 04. 20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은 어디일까?






 미술학자의 관점에서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또는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은?


책 < 그림 속 천문학 > 은 내가 여태껏 접해 본 책 중 가장 특별하고 인상 깊은 책이었다. 명화 속에서 천체를 관측한다는 소재는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중간마다 머리를 번뜩하게 만드는 특별한 내용과 아름다운 명화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어쩌면 미술학자인 김선지 작가님과 천문학자인 김현구 박사님의 특별한 콜라보가 아니고선 이런 특별한 책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술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주 그리고 천문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명화 속 존재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마치 교양수업을 듣는 대학생의 마음으로 책 < 그림 속 천문학 >을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미술학자 김선지, 천문학자 김현구


 사실 내가 김선지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브런치를 통해서였다. 미술사의 역사 그리고 미술사의 역사 속 여성 미술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낸 역사적 내용은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인지 마치 주말 연속극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처럼 작가님의 피드가 언제 올라올까 라며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 브런치 북 대상과 책 < 그림 속 천문학 > 출간을 축하드리며, 다가올 미래에 선보여질 새로운 책도 대중들에게 큰 재미와 깊은 깨달음을 선물해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김선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며 미술 관련 도서들을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 <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가 있으며, 현재 한국일보 칼럼 <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 >를 연재 중이다.

김현구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파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대덕전파천문대장, 전파천문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전파 천문학을 강의했고 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를 지냈다.

< 김선지& 김현구, 그림 속 천문학 >



 밀로 비너스는 황금 비율인가?


 황금 비율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머릿속에 두 팔이 없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조각상이 떠오를 것이다.


'밀로 비너스'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조각상 가운데 하나로 기원전 130년에서 100년 사이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묘사한 대리석상으로 길이는 2미터가량 되며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밀로 비너스는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고대 조각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고대 조각의 황금비율 (배꼽을 기준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가 1:1, 618)과는 다르게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가 1:1, 555이라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황금 비율을 언급할 때마다 함께 거론되어온 파르테논 신전, 다비드 상 모두 이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류를 가지고 역사적 유물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 밀로의 비너스 >는 흔히 가장 완벽하게 아름다운 고대 조각상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고전 조각의 황금비율(배꼽을 기준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가 1:1,618)이 적용된 조각이라는 설도 이러한 평가에 한몫하는데, 실제로는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가 1:1, 555이다. 사실 황금비율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신봉해온 신화에 불과하다. 황금비율을 언급할 때마다 < 밀로의 비너스 >와 함께 거론되어온 파르테논 신전, 다비드 상 모두 이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술사에서도 세상사에서도, 우리는 때때로 너무나 많은 오류와 오해 때문에 진실을 놓치곤 한다. < 김선지& 김현구, 그림 속 천문학 >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틀려진다.?


 '조지아 오키프' (1887.11.15 ~1986.03.06) 미국의 화가이며, 주로 꽃의 사물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오키프의 '천남성'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가는 꽃을 통해서 신비로운 생명력을 품은 작은 우주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은 어두운 검은 구멍의 심연에 꽂혀 자연스럽게 여성의 생식기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그림을 보며 성과 관련된 생각이   사실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가장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는 '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들은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키프는 졸지에 페미니스트 화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 본인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성적 은유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말하는 해석들을 모두 반발했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볼 때 편협한 시선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도 이런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며 다양한 해석 그리고 폭넓은 관점을 키우기 위함이 아닐까?


이렇듯 작가는 꽃에서 우주를 보고, 비평가와 페미니스트는 제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꽃 그림을 해석했다. 어쨌든 망원렌즈에 의해 거대하게 확대된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 그려진 꽃은 그것이 원래 가지고 있던 여성적이고 장식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예기치 못한 순수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재탄생되어 몽환적인 미학적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과연 이 거대한 규모의 꽃에서 무엇을 보는가. 그것은 어쩌면 여성의 성기, 생명의 신비, 나아가서는 작은 우주, 혹은 이 모든 것의 총합일 수 있지 않을까? < 김선지& 김현구, 그림 속 천문학 >

 


서평을 마치며


 책을 읽으며 저자의 수고로움이 많이 느껴진 탓 일까?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지만, 혹시라도 개인적인 해석으로 인해 책과는 다른 내용을 쓰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만큼 책은 알차고 신선하며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였다. 특히 미술학자와 천문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술학적 명화들 그리고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책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가까운 혹은 멀리 있는 미술관을 가지 못하지만 책 < 그림 속 천문학 >은 그러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어 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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