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가 벌써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머리를 자른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어간다. 전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꾸준히 다니던 미용실 예약을 하리라 다짐했건만 결국 깜빡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가까운 미용실을 들리게 되었다. 다른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나를 맞이한 디자이너 선생님은 머리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또 기장은 얼마나 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훗날 파마를 할 것이니 오늘은 머리를 다듬어 달라고만 말씀드렸다.
머리를 자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와중에 나는 몇 년 전 미용실을 개업했던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난 손님들 머리 감겨줄 때 제일 힘들더라."
"왜 힘든데.?"
"흠, 보통 자주 그러지는 않는데, 시술 마치고 나면 힘이 빠질 때가 있거든."
"마지막에 머리를 감겨줘야 되는데, 손이 너무 힘든 거야."
"그래서.?"
"한 번은 내가 머리 감겨주는데 힘든 게 느껴졌나 봐, 어떤 손님은 머리에 힘을 주시더라고."
"머리 뒤에 감겨줄 때 무거워서 힘들지 않냐고 하시면서 머리를 살짝 들어주시던데."
"그렇구나, 그럼 나도 앞으로 너한테 머리 할 때 그렇게 할게."
"잠깐 머리 좀 들어드릴까요.?"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까지 친구 미용실이 아닌 다른 미용실을 가더라도 샴푸를 할 때 머리를 살짝 들어주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그저 누군가가 두피를 살며시 만져주는 것이 좋기만 했었는데, 그때 그러한 사정을 알게 된 후 샴푸를 받을 때 머리를 살짝 들어주는 습관이 생기게 된 것.
그런 사정을 알리 없는 디자이너 선생님은 머리에 힘을 빼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손님 뒷머리 샴푸 해드릴 때 머리 들어주지 않으셔도 돼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뒤에도 한두 번 머리를 들어드렸더니, 지금까지 손님 중 샴푸 할 때 머리 들어주는 분은 처음이라며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찌 되었든 머리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였다.
“힘들수록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최근에 나는 환불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신 자영업자 분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어쩌면 작은 부분이고 사소한 것이라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넘기지 못하고 불같이 화를 내며 하지 않아도 될 독설을 굳이 상대방에게 퍼붓어야 되는 걸까?
우리의 인생은 긴 것 같지만 어쩌면 짧은 삶의 여정일 수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 더불어 살아갈 때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고 감싸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각자 개인마다 힘든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스트레스를 상대방에게 어필하고 폭발시키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당신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분노하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