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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May 22. 2022

당신을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이야기

책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 서평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글자로는 책이 머리에 들어왔지만 마음속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자아성찰 즉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을지도.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시작은 우연히 한 권의 책으로부터 일어났다.





당신은 공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단순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리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공감일까?




명성과 권위보다는 하느님과  약속을 지키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지난  여정을 걷기 시작했다. 치료의 시발점은 결국 극심한 고통에 대한 가장 따뜻한 공감이었던 것이다.

<마샤 리네한,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



가장 따뜻한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이 경험한 바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공감을 할 때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조언을 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옥 같은 세상이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느낌일 것이다. 더불어 내가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고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A : 나 요즘 너무 힘든 것 같아.

B : 너만 힘든 게 아니야.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어.



대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고 듣는 대화 형식이지 않던가? 그런데 제삼자 입장에서 보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정작 상대방의 힘든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판단적 태도로 말해버리기 때문이다.  


갑자기 책에 대한 서평을 쓰다 말고 왜 개인적인 서론이 길어지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책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을 읽다 보면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저자인 '마샤 리네한' 박사님은 과거 총명했던 어린 소녀였지만 어느 순간 정서적 고통으로 인해 약을 과다 복용하고 2차례의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그녀는 생명을 위한 병원에 입원하면서 26개월간 가장 독한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복용해야 했고 정신분석 치료와 두 번의 전기충격 치료를 받는 등 병동에서 가장 힘든 환자로 낙인찍히고 퇴원조치가 내려졌었다.


사실 나도 병원 현장에서 가끔씩 손목에 자해를 하고 방문하는 환자를 볼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선입견 때문인지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고 환자를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손목을 그으려는 자해와 같은 행동이 자신과 주변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이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또한 내가 상대방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책의 저자인 '마샤 리네한' 박사님은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를 창시한 인물이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되겠지만 이 치료법은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준 치료법이다. 또한 저자 스스로가 정서적 고통으로 인해서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먼 길을 떠났던 사람들을 마침내 따뜻한 집안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마샤 리네한 박사님의 이러한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나오기 전까지 숱한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하지만 박사님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심성과 노력으로 마음 챙김과 수용을 기반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동안 체득한 지혜를 책으로 펴냄으로서 정서적 고통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 준 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서평을 시작한다.





당신은 유능한 사람입니까?


 본인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당신은 유능한 사람입니까?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질문이지만 모두가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마음속에 극심한 내면적 고통과 괴로움이 엄습하는 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 의식적으로 고통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마치 아무런 아픔이 없던 건강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겉보기상의 유능함'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절박한 문제가 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수용과 포용의 자세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편지 몇 통을 발견해 그중 일부를 여기에 실었다. 이제 와 편지들을 읽고 있으면 나로선 몹시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그 편지를 썼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때조차도 나는 내가 훗날 다루게 될 "겉보기상의 유능함"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 개념은 잠시 뒤에 자세히 설명할 테지만 간략히 말해 어떤 사람이 겉으론 삶을 잘 건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더없는 정서적 혼란과 고통에 빠져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 마샤 리네한,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                                                                                              



사랑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책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사랑'이라는 개념과 태도는 모든 것을 치유한다. 특히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 형제가 정서적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 그들을 지옥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일은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살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의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마지막 교훈은 테드와 안셀름이 보여준(그리고 나중에는 독일에서 내 선승이 돼 준 빌리기스가 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지옥에 갇힌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그를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 사랑은 결국 변화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갯속을 헤매는 사람들이다. 안개 때문에 앞을 보지 못하고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이 안개에 젖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물통 하나를 건네면 당신은 그 물을 안개에 흩뿌린다. 사랑의 순간이 더해질 때마다 빈 물통에도 다시 물이 채워진다. 사랑의 순간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물통이 가득 차 영영 지옥에 갇힌 듯했던 사람은 사랑의 물을 마실 수 있고 변화하게 된다. 나는 안다. 내가 그곳에 있었고 그 통의 물을 마셨다. < 마샤 리네한,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책을 접하기 전, 나는 주변 환경이 평안할 때도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괴로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혹시 나한테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나를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지인들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와는 반대로 일상에서는 또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찾아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은 항상 나를 힘들게 하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철저히 수용해 주는 태도가 이런 불안감과 초조함을 없애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불안이나 초조함이 엄습할 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말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이다.  


나는 내 영적 여정을 DBT와는 별개로 분리하기로 마음먹었다. DBT가 종교나 영성에 바탕을 둔 치료법으로 인식되는 건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럴 경우 치료법의 효과성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기술들을 적절히 설명할 만한 명칭을 놓고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틱낫한의 《틱낫한 명상》을 읽었다. 명상 연습 입문서 중 최고의 명저로 꼽히며 이제는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바로 그 책이었다.

다음은 이 책에서 읽은 틱낫한의 명언 두 개다.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곧 당신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꼭 다른 사람들에게 수용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수용해야 한다.

나는 숨을 들이쉬며 심신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지금 현재가 유일한 순간임을 알고 이 순간을 산다. < 마샤 리네한,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      





서평을 마치며


서평을 쓰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항상 느끼지만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던 책이었고, 그만큼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임팩트가 큰 책이었다. 따라서 이것을 서평으로 옮긴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성찰하며 써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책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를 꼭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은 마샤 리네한 박사의 무섭도록 치열한 자기 고백과 독자를 위한 실용적인 조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부디 살 가치가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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