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갈 때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눈치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신상에 편할 때가 많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형제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또래의 친구들보다 눈치가 좀 더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굳이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 중 첫 번째는 헤어진 뒤의 사람들의 태도였다. 우리는 연애, 직장, 동호회 등을 통해서 타인과 다양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다양한 만남이 있듯이 헤어짐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또한 헤어짐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좋은 것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나쁜 이별도 있다. 나쁜 이별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 사람의 연락처 그리고 같이 보낸 시간과 추억들이 사라진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굳이 어떤 모임에서 혹은 누군가를 만날 때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상당히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대략 4년 전 나는 병원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매진했었다. 사실 일하면서 준비한 기간은 더 길었다. 내가 공무원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자 간호사에 대한 주변의 선입견 그리고 공무원을 선호한다는 주변의 이야기와 추천이 있었다. 눈치를 봐서는 하루라도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병원을 나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길이 아니었다. 당연히 준비한 기간은 길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졌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남의 눈치를 보다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고, 좌절감과 소외감만 느끼게 되었다.
힘든 시기를 벗어나게 한 것은 오로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선택'이었다. 주저앉을지 아니면 다시 일어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달리기를 했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누가 말하지도 안 했는데, 출간을 결심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에게 물어보았다. 왜 당시에 나한테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냐고.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내가?, 너한테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었나.?"
....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때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스스로에게 말하자.
그냥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