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등산의 경치에 빠지다.

후덕하고 포근한 무등산 산책 이야기

by 팔구년생곰작가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큰 산이며, 전국에서 21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 국립공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난 나는 그동안 미루어온 등산을 하기 위해 고양이 세수를 하고 등산복을 부지런히 챙겨 입었다.



어두운 새벽에 출발하여 증심사 입구역에 도착한 후 바라본 산은 어느덧 해가 떠오르면서 푸르름과 포근함을 드러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듯한 산의 자태는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증심사에서 중머리재 그리고 장불재에서 서석대로 이어지는 난도가 있는 코스를 자주 올라 다녔다. 힘들게 올라가서 서석대에서 광주를 내려다보면 모든 것을 성취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삶을 살아보며 매사가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지나친 욕심은 스스로를 무너뜨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욕심을 갖더라도 현명하게 갖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무리해서 정상까지 올라가기보다는 산과 어우러져 경치를 즐기고 느림의 여유를 느끼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었다.



산행 중 발견한 꽃의 아름다운 자태



좁은 산길을 지나서 넓은 계곡에 들어서니 다람쥐 2마리가 장난치듯 여기저기 뛰어놀고 있었다. 나 또한 아무런 걱정 없이 동무들과 놀이터를 뛰어놀며 거닐 던 추억이 있었다. 아련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준 다람쥐들이 고마웠다. 무아지경의 산길을 지나고 보니 어느덧 나는 산의 중턱에 다다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더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산의 경치를 느끼며 머물다가 내려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무등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닌 중턱에서 산의 경치를 구경하며 여유를 만끽하기로 하였다. 걷다 보니 '덕산너덜 전망대'가 있어 사진도 찍어보고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풍경도 둘러보았다.



덕산너덜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34년이라는 인생을 살아본 소회는 어떤 큰 업적을 이루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욕심이 사라지고 시간에 쫓기듯 살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하산을 하고 보니 오후 1시가 되어 있었다. 점심이 지난 때라 식당이 한산했다. 산과 어우러진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듯하다. 식당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빠른 것이 무리하지 않은 탓인지 배고픔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양쪽 무릎 상태가 괜찮은 것 같은데, 산을 조금 더 둘러볼까?
아니다. 여기서 더 돌아보는 것은 욕심이겠다.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며, 무등산을 벗어나기로 하였다.



가끔씩 나는 몸과 마음이 지치고 울적할 때 어머니처럼 푸근하고 후덕하게 안아주는 산에게 몸을 맡길 때가 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두 다리로 세상을 걸아다니는 그날까지 산과 자연을 동무 삼으리라.




오늘은 무등산의 경치를 보며 무아지경에 빠져버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