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아버지의 입원과 나의 재택 치료 이야기
야간 근무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졌으나, 오전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화요일. 아버지가 투석을 하는 날이다. 대략 점심 이전에 투석이 끝나니 아버지가 병원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서 차를 주차하고 병원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집에 가는 차량 안에서 아버지의 기침이 쉬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집에 무사히 도착은 했으나 아버지의 몸에는 열이 났다. 더불어 얼마나 힘드셨는지 구역질을 하셨다.
침대에 눕혀 드렸고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다시 한번 병원에 가자고 설득을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음 투석날인 목요일 병원 진료를 받겠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기에 포기하고 방에 들어갔다. 1시간 뒤 병원 투석실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가 기침이랑 콧물도 심하고 숨쉬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응급실로 오셔서 진료 꼭 받으셔요. 저희 쪽으로 오시기 힘드시면 가까운 곳에라도 가셔서 꼭 코로나 검사받으셔요."
투석실에서도 아버지 상태를 걱정하여 전화까지 하신 걸 보니 보통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버지께 투석실에서 진료를 꼭 받으시라 연락이 왔다고 재차 말씀을 드렸다.
고집을 꺽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일어나셔서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으셨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셔서 병원에 가자고 재촉하셨다.
급한 대로 나도 병원에 갈 채비를 마쳤다. 혹시 몰라서 입원 시에 필요한 물건도 꼼꼼히 챙겨서 나갔다.
병원 응급센터에 도착한 후 의료진에게 아버지의 현재 몸상태를 말씀드리고 귀원에서 투석하고 있는 환자임을 설명드렸다.
다행히 환자가 많지 않아서 대기시간 없이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호흡기 증상이 있어서 격리병실로 안내를 받았다. 곧이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아버지 몸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고 여기저기 진찰 하셨다. 아버지는 처방에 따라 수액도 맞고 피검사도 하였다.
열이 높아서 중간에 해열제도 투여받았다.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어느새 코로나 검사도 하고 난 후였다. 코로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검사 결과는 코로나 양성이었다.
일단 입원이 될까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신장내과를 통해서 입원할 수 있었다. 다만 격리 병동으로 입원을 하는 거라 보호자가 환자를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입원한 후 다음 날 아침부터 나는 몸상태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몸살이 난 것 마냥 근육통과 오한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하다고 느껴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물건을 전달해 드린 후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바로 잠이 들었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는데,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이 떠졌다. 몸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끼고 집에 있던 코로나 19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하였다.
결과는...... 두 줄.... 양성이었다.
이를 어쩌나... 일단 모레까지는 병원에 출근은 하지 않을 텐데.
그래도 자가키트 두 줄이면 PCR검사도 무조건 양성일 것이다. 그러면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열을 재보니 37.8도였다. 몸에는 분명 열이 나고 있었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병원을 향했다. 병원을 가는 동안에도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병원에 도착 후 열을 다시 재보니 39.2도가 나왔다. 열이 높아서 일단 격리실로 들어가 수액을 맞고 피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코로나검사와 독감검사를 실시하였다.
2시간이 좀 넘었을까. 호출벨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양성이라고. 급하게 부서 간호과장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지부장님께 다가오는 노조교육에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다.
평생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야간 근무 후 쉬지 못했던 몸이 결국 코로나에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껏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에게 말로만 들었던 증상들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발열, 기침, 권태감, 식욕부진... 무엇보다 후각상실이 심했다.
격리 1~3일 차 까지는 수시로 열이 나고 근육통과 오한이 나타나 약을 먹어야 겨우 일어날 수 있는 상태였다. 3일 차가 지나니 열은 안 나는데 후각상실과 식욕부진이 심했다. 식욕은 없지만 무엇이라도 먹어야 했다. 주변 지인들은 잘 쉬고 잘 먹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음식물을 입에 넣어도 냄새가 나지 않으니 먹으면서도 씹는 느낌만 있고 식욕이 도통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식욕과는 다르게 3일 차가 지나니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또한 책을 보며 글을 쓸 정도의 체력이 생겨났다. 평소 루틴대로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온 것이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넷플릭스를 본다고 한들 심심해서 미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격리해야 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출근이 무섭지 않은 게 방에 갇혀서 격리하고 있던 시간이 어지간히 지루했나 보다.
우울한 재택 치료 중에 고맙게도 절친의 비타민 선물과 형의 배민 쿠폰 선물이 왔다. 지금까지 떨어져 있던 체력 좀 올리고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코로나 때문에 원하지 않던 휴가를 덜컥 받게 되었다. 갑작스레 휴가를 받아서 좋다는 생각보다 몸이 아프고 당장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바로 닥치니 슬펐다.
그럼에도 내가 재택 치료 중 느낀 것은, 코로나는 어느 누구에게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인 방역이나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 치료 기간 동안 아버지와 한 번씩 전화 통화를 주고받았다. 처음 몸 상태가 좋지 않던 아버지도 이제는 많이 호전된 모양이다.
어찌 되었던 아버지와 나는 코로나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재택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에 복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