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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Feb 05. 2024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 Episode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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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어두워진 골목길을 지나던 중 큰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폐품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열심히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를 보며 마음 한편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날씨도 추울 텐데 따뜻한 음료라도 사다가 드릴까.?"



괜한 오지랖인 건 알았지만 마음이 이끌리는 데로 움직였다. 차를 다시 돌려 편의점으로 가서 따뜻한 꿀물 하나를 사가지고 할머니가 다니실만한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집 근처 골목 구석구석을 30분 동안 헤맸지만 할머니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집으로 귀가한 후 다음 날 밤에 또 마주치면 꼭 따뜻한 음료를 전해 드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집에 가는 골목길을 지나며 할머니가 폐품을 주우러 다니시는지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열심히 폐품을 주우러 다니고 계셨다. 편의점에 뛰어가 얼른 따뜻한 꿀물을 사들고 할머니 뒤를 따라갔다.



캄캄한 어둠이 깔린 골목길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셨다. 하필이며 그날 내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놀라신 듯 보였다.



"아니 이 야밤에 젊은이가 무슨 이유로 내 뒤를 쫓아다녀요.!"

"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늙은이라우."



할머니는 처음에는 나를 보고 놀라시더니 이제는 나에게 애걸하듯 이야기하셨다. 



"돈이라면 수중에 있는 2만 원이 전부요."

"그러니... 이 힘없는 늙은이를 괴롭히지 말아 주시오."



"그런 게 아니고요. 할머니 그러니까 이거 드시라고..."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음료를 건네드렸지만 오히려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내셨다.



"네 이놈, 어디 늙은이를 해하려고.!!"

"어서 썩 꺼지거라.! 아주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을 먹게 해버릴까 보다."



할머니의 무서운 반응에 깜짝 놀란 나머지 나는 황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몇 주 동안 마음속 괴로움이 멈추지를 않았다. 집에서 쉬는 중에도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안색은 좋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는 어디 아프냐고 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괴로운 날들이 이어지던 와중에 평소 안식처라 느끼던 은사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두운 안색을 보고는 요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똑같이 여쭤보시길래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상세히 말씀드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심각한 표정을 거두시더니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면 정말 별일이 아닌데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고 있었네요."

"이제는 괴로움에서 나오세요."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놀랍게도 마음 한편에 평화가 찾아왔다. 생각해 보니 그날 할머니는 당연히 낯선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반응을 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의 깨달음이 온 후 나는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 사는 것을 멀리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면 밖에 나가서 공원을 한참을 걷고는 집에 들어가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잡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신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혹여 잡생각과 지식이라면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고 말씀묵상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물이 나를 영혼까지 둘렀사오며 깊음이 나를 에워싸고 바다 풀이 내 머리를 감쌌나이다. 내가 산의 뿌리까지 내려갔사오며 땅이 그 빗장으로 나를 오래도록 막았사오나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내 생명을 구덩이에서 건지셨나이다. 내 영혼이 내 속에서 피곤할 때에 내가 여호와를 생각하였더니 내 기도가 주께 이르렀사오며 주의 성전에 미쳤나이다. 거짓되고 헛된 것을 숭상하는 모든 자는 자기에게 베푸신 은혜를 버렸사오나. 나는 감사하는 목소리로 주께 제사를 드리며 나의 서원을 주께 갚겠나이다 구원은 여호와께 속하였나이다 하니라. (요나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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