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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나 2 22화

두려워말라.

< Episode 41 >

by 팔구년생곰작가






최근 나는 유난히 많은 실패를 마주했다. 기대를 품고 준비했던 이직과 시험이 연이어 좌절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고, 시간을 더 잘 썼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일과 가정, 여러 책임들 사이에서 마음과 몸이 점점 지쳐갔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생각보다 훨씬 큰 벽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믿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내 노력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여겼던 건 아니었을까? 그때 하나님을 찾기는 했지만, 내가 진심으로 그분을 의지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단지 입술로만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기도하며 모든 것을 맡긴다고 했지만, 내 안엔 늘 조급함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내 마음을 숨기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스스로도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무너지고, 흔들리고, 외롭던 마음속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날 우연히 한 구절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너무 익숙해서 때로는 흘려버렸던 그 말씀.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 말씀을 다시 읽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스르르 풀려나가는 듯했다. 여전히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내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패 속에서 주저앉아 있던 내가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하나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완전히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 주셨던 손길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내 힘으로 되는 줄 알았던 교만함도,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온전히 의지하지 못했던 나약함도 이제는 고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고, 기다려 주셨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려왔다. 때로는 실패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도 하루가 버겁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내 앞길을 아시는 분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다시 마음을 굳게 먹는다.



언젠가 지금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간들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빚어낸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게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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