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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나 2 21화

아버지,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주세요.

< Episode 40 >

by 팔구년생곰작가






집으로 들어서자 아버지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그의 창백하고 차가운 손을 감싸 쥐었다. 손끝이 거칠게 갈라지고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이 내 눈앞에 선명했다. 나는 그 손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슬픔을 삼켰다.



담당교수님은 아버지의 심장이 좋지 않다며, 좌심실 기능이 20%도 남지 않았다고 하셨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태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차마 눈을 들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없다는 무기력감이 몰려왔다. 아버지를 살아생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잠시 물 마시러 간다고 하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때, 아버지께서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찾으셨다.



"얘야, 내가 투석을 해야 하는데 팔에 잡아놓은 곳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저번에 갔던 병원에 예약 좀 해주렴. 진료를 받아봐야겠구나."



나는 급히 아버지의 팔을 살펴보았다. 투석을 위해 만들어진 동정맥루가 있었지만 손을 대어보니 thrill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와 누나와 상의한 후 급하게 병원을 찾았고, 다행히 시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셨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불안했다. 아버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를 지켜주시고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버지를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어요. 제발 기적을 베풀어 주세요."



내게 남은 것은 기도뿐이었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나의 힘이시여 내가 주께 찬송하오리니 하나님은 나의 요새이시며 나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이심이니이다. ( 시편 5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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