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한마디가 사람을 바꾼 순간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던 이호선 상담사를 보며

by 팔구년생곰작가






이틀 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이혼숙려캠프를 보게 되었다.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한 부부의 모습은 쉽게 시선을 떼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컸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태도에 깊은 답답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아내의 친구나 지인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남편은 아내가 거짓말을 자주 한다며 비난 섞인 말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처음 그 남편을 보았을 때, 솔직히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성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김밥에 오이가 들어 있었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했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에게 오이 알레르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해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행동이었다.


또한 그는 암 진단비로 받은 보험금 1억 원을 대부분 게임에 사용해 현재는 잔고도 거의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특히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미 이혼 서류를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심한 경우 폭행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관계를 이어왔다. 사건들은 잠시 잠잠해졌다가 다시 반복되기를 거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의 폭행은 분명 아내의 마음속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폭언하며, 폭력까지 행사했던 남편을 아내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남편의 마음속에는 아내를 향한 뿌리 깊은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감정의 시작은 약 5년 전의 한 사건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편이 발견한 SNS 속 술자리 사진으로 인해 아내의 거짓말은 드러났다. 이 일로 남편은 아내에게 집을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 사건은 그의 마음속에 깊은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 아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남자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프로그램을 계속 지켜보며 남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친구든 지인이든 누구와 대화를 하든 자신의 이야기를 매우 적극적으로 꺼냈고,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보였다. 술을 마시고 거짓말을 했던 아내의 행동이 그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큰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집요할 정도로 반복했고, 대화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상처 입은 아이가 어른의 몸을 한 채 살아가는, 전형적인 '어른아이'처럼 느껴졌다.


이혼숙려캠프에서 남편은 이호선 상담사와 마주 앉아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듣는 사람이라면 지칠 법도 했지만, 상담사는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결국 남편은 그동안 마음 깊숙이 쌓아두었던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상담사가 건넨 말이 결코 거창하거나 날카로운 조언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단지 남편의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만큼 아팠겠네요"라는 그 한마디의 공감 앞에서 남편은 눈물을 흘렸고,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눈물에는 아내에게 했던 행동들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이 치료자의 역할이구나.’
‘이것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대화법이구나.’


상담의 대상은 특별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소시민일 수도 있고,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른 가정환경과 인생을 살아온 타인의 입장을 100%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친절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공부와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방송을 통해 나는 치료진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고, 상처받은 마음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 주는 사람. 때로는 해결책보다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공감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장면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