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옛사람의 것, 옛사람의 마음

by 팔구년생곰작가


좋은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이 아닌 다소 시기가 지난 중고 서적이지만 택배로 받아 본 책은 새 책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설렘에 더해서 누군가의 손길을 거쳤는지 따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옛사람의 것, 그리고 옛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이 때는 지났지만 따뜻한 마음과 생각 그리고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옛것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삼을 수 있다. "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책은 과거의 인물이었던 이덕무와 주변의 벗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생활과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이덕무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덕무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제가 현재 느끼는 감정 혹은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책을 읽으며 얻는 이 네 가지 이로움은, 나만이 느끼는, 나에게만 쓸모 있는 이로움인지 모른다. 누가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굶주릴 때, 추울 때, 괴로울 때, 아플 때, 책을 읽으며 견디려 하겠는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쓸모가 있을지 몰라 써 둔 것이다.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처음 책을 꾸준히 읽어보자고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못했던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일들이 얼마나 좋은 것이며 제 자신에게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다 협업하며 같이 해나가는 것이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의 자세 그리고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알고 헤아리는 것은 덤으로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초어정에 오래도록 앉아 있으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게 많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생기에 이끌려, 갈 때마다 나도 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백동수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책 밖에 세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자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네."

"저도 이곳에서 세상 공부를 한답니다. 장사꾼들이 살아가는 형편은 어떤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뛰어난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이 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지, 세상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알게 됩니다."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사실 이런 과정들이 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모임에 들어가는 방법 조차 몰랐습니다. 다행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광주에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리더를 하고 계시는 분에게 연락을 직접 하여서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연락처를 알게 된 것도 정말 우연의 일치로 알게 되었죠. 아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끌어당김의 법칙' 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독서모임에 나가서 책만 읽고 가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같은 책을 선정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도 쉽지 만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스케줄에 또 일까지 하려니 몸이 둘이여도 모자라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소 침체되고 지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지금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으니 '꾸준함'을 잊지 않고 실행하고 있다는 제 자신에게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숙소에서 가장 오래도록 불이 켜져 있는 것은 박제가의 방이었다.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자면 몹시 피곤했으련만, 그는 방에 돌아오면 이리저리 휘갈겨 써 소매 속에 넣어 둔 종이 조각들을 꺼내어 다시 정리하곤 하였다. 기와를 쌓는 모양, 주택의 구조, 도로의 폭과 길이, 벽돌을 만드는 법 등 조선 백성들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급하게 휘갈겨 쓴 글씨는 어지러웠지만, 보고 들어 적어 놓을 때의 심정은 한결같았다.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힘든 과정이나 아픈 일들을 겪고 나면 사람 마음이 그런 걸까요? 누구든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게 되고 더욱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과거부터 항상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살이가 그렇고 삶이 그렇듯이 제 자신도 타인과 다르지 않게 오로지 본인만 생각하는 그러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내서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며 혼자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님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좋은 모임과 좋은 마음들을 유산으로 남겨서 후대의 자손들 그리고 자녀들에게 물려준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죠?


상대방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때, 상대방의 처지나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 속에 있는 선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저 아이들과 우리 또한, 서로의 시간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노력이 저 아이들의 시대를 조금이나마 빛나게 하고, 그런 우리의 시대를 저 아이들이 기억한다면.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중에서


서평을 쓰다 보니 허투루 책을 읽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간 너무 바빠서 책을 시간 내서 자주 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과 시간들이 쌓여서 조금 더 발전하고 나아진 자신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간 옛것의 대해서는 소홀히 생각하고 새 것의 대해서 지나치게 좋아하며 쫓았던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옛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의 제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시 우리는 지나치게 새 것만 쫓으며 옛사람의 것과, 옛사람의 마음들 그리고 유산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며 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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