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헬스장에서 8년, 근데 취업 지원서를 쓸 수 없었어요
건강운동관리사 채용조건을
처음 검색했던 날,
화면 앞에서 한참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했어요.
8년 넘게 회원들 옆에서
운동을 가르쳤고,
체력 측정도 해봤고,
재활 동작도 함께 연습했어요.
그 시간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전문적인 자격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체력100센터,
종합병원 건강증진센터,
보건소 운동처방사 채용공고를
볼 때마다 늘 눈여겨봤어요.
그런데 지원 버튼을 누르는 건
항상 머뭇거렸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체육 관련 학위가 없었거든요.
건강운동관리사 채용조건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격증 소지자를 요구하는데,
그 자격증을 따려면
먼저 체육 관련 학과로
전문학사 이상 졸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저는 고졸 후 바로 현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 응시자격 자체가 없었던 거예요.
요즘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병원, 보건소,
스포츠 재활센터에서
건강운동관리사를 찾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는
더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자격증 소지자에게는
별도의 수당이 붙고,
같은 자리라도
처우가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학위를 따는 방법이 따로 없을까.
2.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알게 된 날
솔직히 처음에
학점은행제라는 걸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어요.
대학을 안 다녀도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선뜻 와닿지 않았거든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면 학점이 쌓이고,
그 학점이 모이면
교육부장관 명의의 학위증이
나온다는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간단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의심스러웠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요.
트레이너 동료 중에
이 경로로 진행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멘토님을 알게 됐는데,
제 학력과 상황을 설명했더니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플랜을 안내받았어요.
그 순간 처음으로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점은행제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평생교육 제도예요.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온라인 수업, 자격증,
독학학위제 등을 통해
학점을 쌓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요.
저처럼 현장에서
경력만 쌓아온 사람들이
다시 학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인 거죠.
건강운동관리사 채용조건을 충족하려면
체육 관련 전문학사 이상
학위가 필요한데,
학점은행제에서
레저스포츠 전공 전문학사나
체육학 전공 학사학위를
취득하면 응시자격이 생깁니다.
고졸인 경우에는
총 80학점 이상을 모아야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어요.
전공 45학점, 교양 15학점,
일반 20학점으로 구성되는데,
숫자만 보면 막막할 수 있지만
온라인 수업만으로도
채울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했어요.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진행해야 했으니까요.
3. 학점은행제를 실제로 어떻게 진행했는지
멘토님한테 제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먼저 해야 할 일이
학습자 등록이었어요.
학점은행제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학습자 등록을 해야 해요.
딱 한 번만 하면 되는 과정인데,
어떤 전공으로 어떤 학위를
목표로 할 건지,
기본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절차예요.
이 과정 없이는
나중에 학점 인정 신청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레저스포츠 전공으로
전문학사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체육 관련 전공 중에서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좋고,
건강운동관리사 채용조건인
체육 관련 전문학사 요건을
충족할 수 있거든요.
온라인 수업은 2주 안에
해당 강의를 시청하면
출석이 인정되는 방식이에요.
모바일로도 수강이 됐기 때문에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어요.
과제와 토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있었는데,
멘토님한테 참고 자료를 받아서
준비했더니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점 인정 신청을 해야 해요.
이수한 학점이
자동으로 쌓이는 게 아니라,
1월, 4월, 7월, 10월 중에
직접 신청을 해야
공식적으로 학점으로 인정받아요.
멘토님이 시기마다
알림을 주셔서
신청 기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어요.
학위 신청은 6월과 12월에 할 수 있고,
학위증은 8월과 2월에 발급돼요.
목표한 학점을 다 채운 뒤에
학위 신청을 하면,
교육부장관 이름으로 나오는
학위증을 받게 됩니다.
4. 응시자격이 생긴 뒤, 드디어 필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학위가 나왔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났어요.
종이 한 장인데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제 앞을 막고 있던
벽이었구나 싶기도 했고,
동시에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긴장감도 밀려왔습니다.
건강운동관리사 시험은
필기, 실기, 구술, 연수
순서로 진행돼요.
필기가 먼저인데,
과목이 8개나 되고
각 과목에서 40% 이상,
전 과목 합산 60%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에요.
체육 전공자들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저도 상당히 긴장하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능해부학, 운동생리학,
운동처방론, 운동부하검사 등
과목 이름만 봐도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매일 퇴근 후
2시간씩 시간을 냈어요.
처음에는
전체 개념을 훑는 방식으로
강의를 들었고,
어느 정도 흐름이 잡히고 나서
기출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기출 경향을 보면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는 편이라,
기출에 충분히 시간을
쓰는 게 유효했어요.
실기와 구술은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건강 및 체력 측정 평가,
운동 트레이닝 방법,
운동 손상 평가 및 재활이
주요 내용이에요.
실기와 구술
각각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어야 합격이라
기준이 높은 편이에요.
현장에서 8년 넘게
직접 해온 것들이
여기서 큰 도움이 됐어요.
체력 측정 절차나
운동 처방 방식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이론에서는 헷갈렸던 게
실기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경험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필기와 실기 모두
1년에 한 번씩 기회가 있어서,
준비 기간을 충분히
잡는 게 중요해요.
저도 최소 6개월은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5. 채용공고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아요
연수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자격증이 발급돼요.
연수는 200시간 과정으로,
연수원에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연수 태도, 체육 지도,
현장 실습 각각 60점 이상을 받아야
수료가 돼요.
보건소, 병원,
피트니스센터에서 현장 실습도
포함돼 있어서
실제 업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자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
예전에 눈으로만 보던
건강운동관리사 채용조건 목록이
떠올랐어요.
체육 관련 학위,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이제는 두 가지
모두 갖추게 된 거였습니다.
지금은
국민체력100센터 채용공고를 볼 때도,
병원 건강증진센터 공고를 볼 때도
지원서를 열어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자격 요건 줄에서
스크롤을 내리던 제가,
이제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거든요.
학위도 없고, 정보도 없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던 시간이 길었어요.
그 막막함이 익숙해서
그냥 포기할 뻔했는데,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알게 되면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 글이
작은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