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실제
지난번 중고책 판매로 떠나보낼 책들을 고를 때,
전공서적들도 다수 포함시켰다.
그중엔 [상담의 실제]라는 책도 있었다.
가계부에 따르면 22년 9월에 주소니에게 샀다.
주소니가 22년 1학기에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산 전공서적으로 기억한다. 나는 22학년 2학기 대학원 수업을 위해 저 책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소니에게 책을 팔라고 했다.
그녀는 부끄럽게도 책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며 ‘새책’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새책이어도 중고는 중고지! 하며 값을 후려쳤다. 만원이라는 헐값에 책을 구매하며 ‘한 번만 훑어봐도 만원 어치는 뽑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디서든 훑어볼 요량으로 책을 내 차 안에 뒀었다.
책은 차 안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바람에 접히고 곽티슈에 얻어맞고 우산에 얻어맞고.
22년 2학기가 다 지나도록 책은 차 안에서 그렇게 살았다.
책이 그렇게 사는 동안 단 한 페이지도, 단 돈 500원어치도 읽지 않았다.
그렇게 24년 3월에 책을 팔았다.
아직도 읽지도 않은 전공 관련 서적들이 책장에 수두룩 빽빽하다. 놀이치료니 집단상담이니 하는 책들.
매일같이 허투루 상담하며, 박사니 유학이니 눈에 보이는 학위나 커리어에만 욕심낸다. 한상심/한상 자격증을 부러워하지만 공부도 안 하고 슈퍼비전도 안 받는다. 아무런 자격유지조건이 없는 전문상담교사 1급 자격증을 방패 삼는다. ‘내가 하는 건 “무료상담”이잖아.‘
교육지원청에 있을 때 늘 공부하던 상담사쌤들이 생각난다. 이미 상담심리사 2급, 1급을 따시고도 늘 책을 읽고 연수를 들으시던 분들.
그분들이 공부할 때마다 존경하고 시기하고 부러워하고 대단해하면서 정작 책 한 페이지 넘기지 않았던 내 모습.
‘상담이 싫다’면서 상담을 안 하려고 학교상담으로 박사니 유학이니 하겠다는 생각.
참 웃기는 일이다.
흑흑. 참 웃기는 일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