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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엉 Jun 03. 2024

1일 1버리기 21일차

닮고 싶은 어른



교육지원청에 있을 때 내 업무는 한 봉사단체를 관리하는 거였다. 도교육청에서 선발 및 관리하는 역사 깊은 봉사단체였고, 지역마다 회장 및 임원단이 따로 있었다.


내 주된 업무는 우리 지역 회장님과의 소통이었다. 내게 이 업무를 인수인계해 주던 동료는 ‘그들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었다. 봉사비나 교육청으로부터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다행히 내가 이 업무를 맡을 때 지역의 회장 및 임원단이 교체되어 신규업무담당자와 신규회장이 함께 손발을 맞춰가면 되었다.



회장님은 봉사자의 마음가짐을 늘 우선순위에 두셨고, 그것을 해치는 선배 봉사자들의 압박에 고통스러워하시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조율해 나가셨다. 나 같은 어린 교육지원청 업무담당자에게도 늘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셨고,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셨다. 아는 것도 가진 것도 많은 분이셨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고 늘 겸손하고 절제할 줄 아셨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분이셨다.


그분은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몇 안 되는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나를 만나러 오실 때마다 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셔서 이 선물이 언제 어떤 이유로 받은 선물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죄송하다. 방방 뛰며 독립하면 쓰겠다고 신나게 말씀드려 놓고 1일 1버리기에 올리게 되어 또 죄송하다. 하지만 독립이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에, 이 예쁜 티스푼들을 내 서랍 안에만 방치하기보다는 그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여기 남기고 물건을 더 잘 사용해 줄 사람에게 떠나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어른이 많지 않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반면교사 삼을 어른들만 골라 바라보면서 그들을 미워하고 또 괴로워하는 요즘이다. 우리 회장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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