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ep 7. 지나의 집
출근길마다 자주 보게 되는 모녀가 있었다. 만삭의 배를 안고 두 자매를 등교시키는 여자. 유치원 가방을 멘 작은 애가 동생, 책가방을 멘 애가 언니로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엄마가 언니한테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앞에서 걷고 있어서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는 못 들었는데, 엄마가 "아 진짜 너는 왜!" 하면서 아이 머리통을 퍽 때린다든지, "아 빨리 걸어!" 하면서 등을 퍽퍽 미는 식이었다.
저거 아동학대 아니야?
싶으면서도 출근하기 바빴고, 괜히 참견하기 싫었다. 그냥 내가 다른 길로 돌아간다든지 하면서 눈을 피했다.
그러다 그 애가 결국 상담에 의뢰되어 왔다.
'언니'는 우리 학교 2학년 여자애 '지나'였다. 자꾸 교실 거부를 한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부탁하셨다. 아침에 교실에 안 들어오려고 하고, 이유도 말을 안 한다고.
방과 후에 지나를 상담했다. 첫날이라 그냥 라포 형성 정도만 했다. 끝나고 집에 보내려는데 6학년 남자애가 찾아왔다. 평소 조용하고 성품이 부드러워 친구들이나 선생님들한테 신뢰받는 아이였다. 자기 동생이라고, 자기가 데려가겠다는 거였다.
이상했다. 내가 그 애 이름을 아는데, 둘이 성이 달랐다.
외가 쪽 친척이려나 했다.
다음 날 지나가 상담 동의서를 가져왔다. 가족관계란을 봤다. 아빠 성이 이 씨, 엄마 성이 강 씨, 큰아들이 강 씨, 지나랑 유치원 동생이 김 씨. 그걸 보고 알았다.
재혼가정이구나.
세 번째 남편이구나. 이제 이 씨 성의 아이가 태어나겠구나.
그렇게 몇 번 아이를 상담했다. 교실 거부는 좋아지려다가도 나빠지고, 나빠지다가도 좋아지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상담이 끝나고 지나가 집에 안 가겠다고 했다. 6학년 오빠가 데리러 왔다가, 아이가 하도 떼를 쓰고 난리를 쳐서 포기하고 먼저 집에 갔다.
내가 어머니한테 전화했더니 아들은 그냥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학교로 아빠를 보내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아버지가 오셨다.
키가 185cm는 되어 보이는 거구였다. 반팔티 아래로 이레즈미 문신이 보였다. 같은 성인인 내가 봐도 첫눈에 겁먹게 되는 아우라가 있었다. 아버지가 나한테 건조한 인사를 건네시고는, 바로 딸한테 말했다.
"집에 가자. 가방 메."
지나는 입을 꾹 다물고 도리도리. 아빠가 팔을 잡아끌어도 상담실 매트 위에서 딱 버텼다. 한참을 실랑이했다. 엄마랑 통화를 시켜줘도 지나는 묵묵부답.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계속 애를 빨리 데려오라고 짜증을 내셨고, 아빠도 아이와 어머니 사이에서 한숨만 푹푹.
한 20분쯤 지났을까. 아빠가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빨리 와."
"안 와?!"
"너 지금 당장 안 와?!"
아이가 꿈쩍을 안 하니까, 곧이어 지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다. 지나의 반항이 심해졌다. 끌려가다가 책상다리를 붙잡고 버텼다. 그때 아빠가 지나 몸통을 잡고 책상에서 떼어내더니, 그대로 벽 쪽으로 던졌다.
'던졌다'는 표현이 맞다. 정말로 던졌다.
벽에 부딪친 지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아빠가 지나 멱살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아이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그 상태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지나가 울다가 숨이 막혀서 컥컥거리며 버둥거렸다.
살면서 그런 장면을 처음 봤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손이 떨린다.
"아버님 뭐 하시는 거예요! 아이 내려놓으세요!"
내 목소리가 상담실 밖까지 울렸을 거다. 아빠가 내 쪽을 한 번 보고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아이를 발로 차려는 시늉을 하다가 말았다. 이 모든 과정 속에 그 아빠가 온갖 욕설을 내뱉은 건 당연한 BGM 같은 거였다.
나도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충격과 분노로 몸은 덜덜 떨리는데, 그 아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무리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해도, 지금 하신 행동은 명백하게 아동학대라고.
"아동학대? 당신 지금 아동학대라고 했어?"
그 아빠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나는 원래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려 있다. 반골 기질이 있어서, 상대가 나보다 강하고 높은 사람이면 더 참지 않는다. 185cm의 거구가 팔뚝에 이레즈미 문신을 하고 나를 위협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나는 지나가 듣지 못하게 지나를 상담실에 두고 복도로 나가서 얘기하자고 했다.
"네. 아동학대요. 지금 지나 밀치고 던지고 발로 차려고 하셨잖아요. 이거 다 아동학대예요. 지금 당장 신고할 수도 있어요."
"내 딸 내가 훈육시키는데 아동학대? 신고해! 신고해 봐! 너 지금 당장 신고해. 안 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옆 반 부장님께서 괜히 복도로 나와 빗질을 시작하셨다. 눈이 마주치자 '괜찮아?' '교감선생님한테 전화해 줘?' 하는 입모양.
부장님 얼굴을 보자 나도 좀 정신이 돌아왔다. 당장 신고할 수 있지만, 신고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다시는 아이를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지금 아이를 집에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 아빠였기 때문에, 이 사람을 달래서 다시 '지나의 보호자'로 만들어놔야 했다. 이후 지나로부터 '아빠한테 맞았다'는 얘기를 한 번이라도 또 듣게 되면, 그땐 바로 신고할 거라는 경고도 했다.
그렇게 그 아빠와 지나가 집으로 돌아갔다.
30분쯤 지났을까. 상담실로 전화가 왔다. 지나 엄마였다. 받자마자 잔뜩 화가 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재혼가정에 편견 있으세요?!"
무슨 말인가 했다. 나는 재혼가정의 'ㅈ' 자도 안 꺼냈는데.
"애 아빠한테 아동학대라고 하셨다면서요? 그것도 애가 듣는 앞에서요? 앞으로 얘가 자기 아빠를 아동학대 하는 사람으로 알면 어떡하실 거예요? 책임지실 거예요? 당장 애가 보는 앞에서 애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시고, 애한테 아동학대 아니라고 선생님이 잘못한 거라고 설명하세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 연놈들이 쌍으로 미쳤나. 지들이 아동학대 해놓고, 애가 지 부모를 아동학대 하는 사람으로 알게 하기 싫으면 애를 안 때리면 되지, 왜 책임을 나보고 지래. 잘못을 누가 했는데 지금 사과를 누구보고 하라고 하며, 애한테 뭘 설명하라는 건지 이것들이 진짜.
할 수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하고 끊었다.
또 30분쯤 지났을까. 교감선생님이 교무실로 부르셨다. 지나 엄마가 교무실로 전화해서 '상담선생님의 공개사과'를 요청했다는 거였다.
나는 있었던 일을 모두 말씀드렸다. 떨리는 몸을 버텨가며 힘주어 말했다.
"저 사과 못 해요, 교감선생님."
"그게 아동학대가 아니면 뭐가 아동학대예요? 저 절대 사과 못 해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요, 그 인간들한테."
교감선생님은 나를 신뢰하시는 분이셨다. 알겠다고, 고생했다고, 가서 마음 좀 진정시키라고 하셨다. 본인이 맡아보겠다고.
그 후로 그 엄마나 아빠나 나한테 연락은 없었다. 지나 담임선생님께도 다 말씀드렸다. 아마 앞으로 상담에 안 보내실 것 같다고, 하지만 교실거부가 계속 이어지면 제가 교실로 와서 돕겠노라고 했다. 지나는 정말 상담시간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행히 그 후로 교실 거부를 하지 않았다. 지나를 상담할 순 없었지만,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상담실에 놀러 오는 걸 보며 그냥 그 애가 잘 지내는지를 확인했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신고를 했어야 했나. 아니면 안 한 게 맞았나. 신고를 했으면 지나는 어떻게 됐을까. 분리 보호? 더 나은 환경? 아니면 더 엉망이 됐을까.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건, 떨리는 목소리로 "아동학대"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날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한 부분. 왜 그 말이 "재혼가정에 편견 있으세요?"가 되는 건지. '사람들은 재혼가정에 편견이 있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진 본인이, 본인의 편견을 나에게 뒤집어씌운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