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ep 19. 살아줘
소진이가 결국 자살 시도를 했다.
어느 날 소진이가 학교에 안 왔다. 담임선생님이 어머님께 전화하셔서, 그제서야 알게 됐다. 나는 교감선생님한테 들었다.
밤에 죽겠다고 약 50알인가를 털어 먹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고 했다. 투신자살을 하려고 올라갔는데, 약물 때문에 토하고 기절하고 난리가 나서 같이 있던 친구가 119에 신고했다고. 그래서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밤새 위세척 마치고 지금은 정신과 병동으로 입원해 있다고 했다.
"병문안을 다녀오셔야 할 것 같아요."
교감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담임선생님이랑 같이 가나요?"
"담임은 안 간대요."
"네? 담임선생님이 안 가시면.."
"안 간다고 했어요.. 안 간대요."
저번에 학교 탈출했을 때, 학교 밖으로 나갔든 어디로 나갔든 알아서 찾으세요, 난 상관 안 합니다, 했던 그분. 이번에도 안 간다고 했구나. 그래, 뭐. 놀랍지도 않다.
그냥 나 혼자 가기로 했다. 차라리 혼자가 낫다.
병원에 가기 전에, 학교에서 많이 울어뒀다. 소진이를 만나서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울면 얘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미리 울어두자 싶었다. 상담실 문 닫고 혼자 울었다.
바보 같은 기지배. 왜 죽으려고 해. 왜 약을 50알이나 먹어. 왜 옥상에 올라가. 왜.
걔 집이 어땠는지 나는 안다. 아빠가 어땠는지, 엄마가 어땠는지.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걔를 짓눌렀는지. 왜 지 부모의 고통을 다 자기 걸로 짊어져서는. 12살이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었는데. 왜 그걸 혼자 짊어지고는. 죽으면 어떡하려고. 진짜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불쌍한 기지배.
한참을 울다가 겨우 진정했다. 얼굴 씻고, 눈 비비고. 병원 가기 전에 뭘 사 가야 하나 생각했다. 음료수는 안 좋을 것 같았다. 위세척 했으니까. 속이 편한 게 좋겠다 싶어서 죽을 샀다. 소진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따뜻하고 부드러운 게 좋을 것 같아서.
정신과 병동에 들어갔다.
폐쇄 병동이었다. 문이 잠겨 있었다. 벨을 누르고 면회 왔다고 하니까 문을 열어줬다. 복도가 길었다. 병실 문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구나. 생각하니까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진이 병실 앞에 섰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진이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늘 그렇듯 처연한 얼굴. 병원복을 입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말라 보였다. 힘이 없어 보였다.
"선생님?"
날 보더니 눈이 커졌다. 놀란 얼굴. 그러다가 기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걔는 늘 그렇게 예의도 발랐다. 죽을 생각을 했으면서, 어제 까딱하면 죽을 거였으면서, 나쁜 기지배.
"야."
침대 옆에 앉았다. 죽을 내려놓고, 소진이 손을 잡았다. 차갑더라. 손이 원래 이렇게 차가웠나.
"너 너무했어."
소진이가 슬며시 웃었다.
"다시는 죽으려고 하지 마."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 치료 잘 받아.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약도 잘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해져서 와. 학교에서 보자."
"네."
소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개를 들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울면 안 되는데. 나도 울 것 같았다. 참았다. 미리 울어둔 보람이 있었다. 겨우 참았다.
"선생님."
"응."
"와 주셔서 감사해요."
그 말에 마음이 무너질 뻔했다. 네가 왜 고마워해. 네가 왜.
"다시는 이런 병문안 오게 만들지 말고. 진짜 앞으로 약물자해도 투신도 생각하지도 마. 실수로라도 죽으면 다시는 너 안 볼 줄 알아. 알겠어?"
소진이가 다시 웃었다.
소진이 손을 꽉 잡고, 따뜻해질 때까지 좀 데워줬다.
그렇게 얼마간의 병문안 후 병실을 나왔다. 소진이 병실에서 좀 멀어졌을 때부터, 우리의 소리가 소진이에게 들리지 않을 그 시점부터, 그때부터 어머님이랑 둘이 같이 울었다.
"선생님..."
"어머님..."
병실 안에서 참았던 것들이 다 터져 나왔다. 둘이 복도에 서서 울었다.
"마음 굳게 먹으세요, 어머님."
"네 선생님... 네 선생님..."
어머님은 그 말밖에 못 하셨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네 선생님, 네 선생님, 하실 뿐이었다.
"마음 굳게 먹으세요. 버텨 주셔야 해요."
어머님 손을 잡았다. 소진이 손처럼 차갑더라.
"아이가 살려면, 어머님 무너지시면 안 돼요."
"네... 네..."
어머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울면서.
병원을 나왔다. 차에 타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이 떨렸다. 저 아이를 놓칠 뻔했던 순간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하마터면..
소진아.
살아줘. 제발.
죽지 마. 제발.
그 말을 못 했다. 병실에서 못 했다. 다시는 죽으려고 하지 마,라고 했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줘.
네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제발 살아줘.
이 바보 같은.. 나쁜 기지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