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학교에 상담선생님이 오셨습니다!

Part 2. ep 1. 새 학교 첫 날

by 오엉

드디어 새 학교로 넘어왔네. 새 학교 이야기는 처음으로 전직원 회의에 다녀왔던 날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해.

전입교사를 소개하고 인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2년 만에 많은 변화를 실감했잖아.


잠깐, 2년 전에 전문상담교사로 신규 임용됐을 때 어땠는지 잊지 않았지?


처음 교육지원청에서 임명장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사 갔던 그날,


<ㅇㅇ초등학교에 오신 선생님들을 환영합니다>

크게 플로터로 뽑아놓은 전입/신규교사 명단에 쓰여있지 않던 내 이름,

교무실에 도착해서 인사드리자

"어? 우린 신규 4명 받았는데? 4명 다 왔는데?" 하던 교감선생님,

내가 신규임용된 전문상담교사라고 하자

전문상담교사가 특수교사 같은 거냐고, 교육청 소속이냐고 물으시던 의아한 얼굴,


이날의 교감선생님 3단 콤보 덕분에 수월하게 '초등에서 전문상담교사의 입지'를 이해할 수 있었잖아.


전직원 회의 날에는 신규교사 합숙 연수에 참여하느라 참석하지 못하고 개학 후에 뒤늦게 소개됐었는데,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오잉 또잉 했었어. 그래서 상담교사가 뭐냐는 물음을 서로 속삭였지. 전문상담교사가 뭐 하는 인물인지를 동료 교사에게 설명할 수 있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았어. 그저 그들끼리 추측하며 나를 받아들여줬던 것 같아.


그게 2년 전이었지.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나 개인적으로는 2년간, 특히 지난 1년, 심각한 소진을 겪었지. 무수한 직업 정체성 혼란과 진로 고민. 상담과 내담자에 대한 무력감. 결국 물리적 환경이라도 바꿔보자 하고 학교를 옮겼었어. 이 같은 소진을 경험한 상담교사가 나뿐일까.








새 학교 전입교사 소개 자리에서, 눈이 크고 예쁜 교감선생님이 막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씀하셨어.


"우리 학교에 드디어, 상담선생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내 이름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환호와 박수가 쏟아지더라.


새로 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이미 '전문상담교사'라는 지위 자체로 환영받게 된 거야. 불과 2년 만에.


전입이 결정되고 처음 인사드리러 왔을 때, 그분이 그러셨거든.


"우리 학교 학부모 및 교직원이 가장 원하는 게 상담선생님이었어요. 그래서 상담교사를 배정받으려고 정말 각고의 노력을 했고, 예산을 몇천을 들여서 이렇게 공사도 다 해놨습니다. 남은 가구들은 모두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돈 걱정하지 말고 다 사세요. 선생님 의자도 최고급 최고 비싼 걸로 사놨어요."


어깨가 굉장히 무거웠어. 이 학교는 나를, 아니 전문상담교사를 받기 위해 많은 대가를 지불했구나. 그 비용을 이제 오롯이 나로부터 뽑아가겠구나.


교장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인자한 미소와 우아한 말투로 말씀하셨어.


"우리 학교가 상담교사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었는지 몰라요. 너무너무 고맙고, 잘 부탁합니다."


그분은 나를 기억 못 하셨나? 나는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어. 2년 전에 부스스한 파마머리로 양치하고 계셨던 그분, 나에게 3단 콤보를 선사하며 초등학교에서의 전문상담교사 입지를 몸소 보여주신 그분. 내가 신규임용된 해에 다른 학교로 교장 승진해 가셔서, 2월 첫인사 날에만 뵙고 못 뵈었던 그분이셨어.


어쩜 또 내 두 번째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냐고. 그나저나, 2년간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이나 역할을 어디서 어떻게 듣고 이렇게 바뀌신 거냐고.


변화들에, 물론 기쁜 마음이 컸어.

그다음은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

기대하는 눈들을 나는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나를 또 얼마나 갈아 넣고 소진해야만 하는 걸까.


2년 전에는 아무도 나를 몰랐어. 상담교사가 뭔지도 몰랐고. 그래서 외로웠어.

2년 후에는 모두가 나를 원하더라. 상담교사를 간절히 기다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거웠어.


어느 쪽이 나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새 학교에서의 시작,

그냥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야.







매거진의 이전글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