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만두 먹고 싶다고!

Part 2. ep 3. 제니

by 오엉

돌봄 교실 아이들 중에 제일 유명한 애가 1학년 '제니'였어. 블랙핑크 때문에 유명했냐고? 제니가 "제 이름은 제니예요. 블랙핑크 제니랑 똑같아요." 하며 다니긴 했지만 그게 제니가 유명한 이유는 아니었어.



제니는 돌봄 교실에서 몰래 빠져나와 학교 온갖 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선수였어.



3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학교의 거의 모든 사람이 제니를 알게 됐어. "아 그 쪼끄만 여자애요?", "아 그 먹을 거 달라고 하는 아이?" 하며 다들 제니 얘길 했지. 생긴 건 또 어찌나 귀엽게 생겼는지, 그 아이가 자기 교실 문을 열고 "우와~ 이 교실 넓다~" 하며 "간식 좀 주세요." 하면 대부분의 선생님은 사르르 녹아 숨겨둔 간식을 꺼내주셨던 모양이야.

그런 제니 때문에 애가 타는 사람이 학교에 두 명 있었어.


한 명은 돌봄 선생님인데, 돌봄 선생님은 제니가 사라지는 문제 때문에 곯머리를 앓으셨어. 돌봄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돌봄 선생님 책임이니까. 자꾸 화장실 간다고 하면서 사라져서 화장실 간다고 할 때는 아예 따라붙으셨다는데, 이후엔 잠깐 다른 애들한테 신경 쓰거나 다른 애들 활동 도와주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니까. 그때마다 나한테 돌봄 교실 좀 잠깐 봐달라고 하시고 "제니야", "제니야"하면서 찾으러 다니셨어.


또 한 명은 교감선생님. 교감선생님이 제니의 행보에 애가 탔던 이유는, 제니가 교실들 뿐만 아니라 행정실, 보건실, 교무실을 넘어 '교장실'에도 거침없이 드나들었기 때문이야. 제니는 심지어 교장실을 좋아했어. 교장선생님한테 먹을 게 많았거든. 돌봄 교실 바로 옆에 보건실이 있었는데, 보건선생님 두 분은 완강하셨어. 제니가 귀엽긴 하지만, 비타민 캔디 같은 거 얼마든지 줄 수야 있지만, 걔가 달랄 때 바로 준다? 그건 교육자와 학생 간, 어른과 어린이 간, 아무튼 모든 질서를 깨트리는 거라고 생각하셨거든. 제니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보건실에 먼저 들렸다가, 매일 아무 소득 없이, 보건실 바로 옆에 있는 교장실로 향했어. 나중에는 곧장 교장실로 직행했지. 교장선생님은 사탕이든 초콜릿이든 주셨는데, 그게 매일이 되니까 귀찮으신 마음에 교감선생님께 불평하신 거야. 그게 교감선생님 다리를 달달 떨게 만들었어.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어. 점심시간이었어. 나랑 보건선생님 두 분, 사서선생님은 보건실에서 함께 밥을 먹었거든. 그땐 애들이 안 나오는 때여서 급식도 없고, 매일 각자 도시락을 싸 오거나 시켜 먹거나 그랬어. 학교 근처에 맛있는 분식집이 있어서 김밥+군만두+쫄면 세트를 잘 시켜 먹곤 했는데, 그날도 그 세트를 시켜서 먹고 있었어.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보건실 문이 스르륵 열리더라구. 제니였어.


"와~ 맛있는 냄새난다~"


제니만의 레퍼토리가 시작됐어. 순진무구한 귀여운 얼굴로 감탄하기.


"제니야. 아파서 온 거야?"

"아뇨~ 맛있는 냄새 나서요~ 아 배고파~"

"너 돌봄에서 점심 안 먹었어?"

"아뇨 방금 다 먹었어요. 근데도 배고파요. 아 만두 맛있겠다~"


제니의 필살기였어. 배고프다는 애원의 눈빛으로 원하는 메뉴 말하기.


"네 점심 다 먹었고 아픈 데 없는 거면 나가세요. 선생님들 식사 중이니까~"

"아 나도 만두 먹고 싶다~ 아 만두 맛있겠다~!!"

"이 만두는 네 만두가 아니야. 선생님들꺼야. 나가세요~"


보건선생님은 흔들리지 않으셨어.

다른 보건선생님과 사서선생님과 나는 대장 보건선생님 눈치만 살피고 있었지.

네 명의 선생님 중 자기한테 만두를 나눠줄 선생님이 한 명도 없다는 걸 깨달은 제니는 폭주하기 시작했어.



"아 나도 만두 먹고 싶다고!!!! 나도 만두 달라고!!! 나도 만두!!!! 나도 만두 줘!!!!!!!!!"



보건선생님이 전화기를 들고 돌봄 교실로 전화하셨어. '돌봄 선생님, 제니가 보건실에 와서 소리 지르고 난리치고 있으니 데려가주세요.' 일부러 제니를 보며 엄하게 말씀하셨어. 그러자 제니가 보건실 문을 열고 뛰어나갔어. 돌봄 선생님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돌봄 선생님이 재빨리 뛰어나와 제니를 잡으셨고, 제니는 보건실과 교장실 사이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고 울어댔어. 돌봄 선생님이 제지하자 발버둥을 치며 더 울어댔지. "나도 만두", "나도 만두 먹고 싶다고", "나도 만두 줘어어어" 하면서. 교장선생님까지 나와 그 모습을 보셨고, 교장선생님이 교감선생님을 불러 그 모습을 보게 하셨어. 그리고 나에게 코로나 시기 첫 내담자가 생기게 됐지.


오후에 진정이 좀 된 제니가 자기 가방을 메고 상담실로 왔을 때, 내가 서류며 상담도구를 준비해야 해서 제니에게 잠깐 기다려달라고 하자 제니가 알겠다며 소파에 앉았어. "큐브 해도 돼요?" 하길래 해도 된다고 했더니 가방에서 큐브를 꺼내서 잠깐 만지작거리더라고. 한 10초 만졌을까, 내 눈치를 잠깐 보더니 가방에서 와플을 꺼냈어. 비닐 포장지에 손바닥만 한 와플이 들어있었는데, 비닐 포장지에서 와플도 제대로 꺼낼 줄을 몰라서 비닐 속에 얼굴을 묻고 '왕' 와플을 잡아먹었어. 나랑 눈이 마주치자 귀여운 얼굴로 웃으면서 "배고파서요." 하더라고.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추후에 제니 어머님이 상담을 거부하셔서, 제니를 더 상담할 순 없었어. 아까는 회의 중에 교감선생님 전화를 받아서 너무 경황이 없고 '위급상황'이라고 하시니 겁먹어서 상담해도 된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가 상담받을 만한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고 하셨어. 그냥 아이가 늘 배고파해서 가방에 간식도 많이 넣어주는데, 자꾸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제가 아이랑 잘 얘기해 보겠다, 고 하시더라고.


나도 아이랑 잘 얘기해 볼 수 있는데, 참 아쉽더라고. '만두가 너무 먹고 싶었구나.'같은 필요 없는 공감 말고, 왜 자꾸 배고프고 허기진 지 알아볼 수 있는데 말야. 저도 아이랑 얘기해 보고 어머님께 말씀드릴 수 있다, 관리자분들도 아이가 문제가 있어서 상담하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아이 맘이 궁금해서 그러시는 것 같다, 아무리 말씀드려도 제니 어머님 맘을 돌릴 순 없었어. 제니가 왜 그렇게 늘 배가 고팠는지, 왜 맨날 허기졌는지, 그 '허기' 너머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그걸 알게 되는 걸 무의식적으로 원치 않으셨던 것 같아. 난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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