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ep 12. 가영이 2
가영이는 학교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지만, 학교에서 더 이상 괴롭지 않은 건 아니었어. 열 반이나 되는 교실들에 3학년 때 걔, 4학년 때 걔네들, 5학년 때 걔 등등 가영이를 괴롭게 한 인물들이 나뉘어 들어가 있었지만, 가영이 스스로 제 반에서도 또 '걔네'를 만들어내는 걸 막을 순 없었거든. 가영이는 또다시 자기 반에서도 '걔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걔네가 저를 째려보더라고요. 저는 그냥 복도 걸어가고 있었는데 걔네가 저를 보고 웃으면서 속닥거리더라고요. 제가 수업시간에 뭐를 말했더니 걔네가 꼽주더라고요. 제가 어떤 애한테 좀 다가가려고 했더니 걔네가 그 애를 데려가더라고요.
몇 년간 수없이 가영이를 괴롭혀온 '걔네'가 올해도 얼굴과 이름을 바꾼 채 또 등장하고 만 거야.
그런 시선과 소리들에 둘러싸여 살려니, 매일매일이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해. 차라리 혼자가 더 편했을 거야. 그래서 가영이가 학교에 되도록 늦게 와서, 되도록 짧게 있다가, 되도록 빠르게 사라지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런 행태가 가영이를 걔네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었을 테지만 말이야.
매일 한 두 교시 수업 듣고 조퇴하거나 그랬는데, 조퇴할 꺼리가 전혀 없는 어떤 날들엔 몰래 빠져나와 예술활동을 한 거였어. 하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다 교장선생님께 걸려서 더 이상 할 수 없었지. 그래서 그랬나, 4월쯤에 가영이가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증발한 적이 있어.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가영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셨고, 나는 당연하게 옥상 가는 길 계단에 가봤지만 가영이가 없어서 바로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렸지. 교감선생님께서 '수색팀'을 꾸리시는 동안 나는 학교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어. 가영이랑 가영이 어머니한테 계속 전화를 걸면서. 이상하게도 가영이가 그냥 안전하게 집에 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홀로 수색'을 이어갔지.
전문상담교사로 일하다 보니, 일 년에 두어 번, 옥상에 올라갈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나는 그 애가 학교에 없을 거라는 걸 확신하면서도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졌어. 걔는 여기 없어, 하는 생각에 여유롭게 이 사진 저 사진을 찍어대면서.
그러나 혹시나 이 구석 어딘가에서, 남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창고가 된 이곳에서, 문이 열려있는지도 몰랐던 이 옥상의 사다리 윗 공간에서, 전화벨이 울릴까 싶어서 계속 전화를 걸고 답이 올까 싶어 카톡을 보냈어.
그냥 이런 게 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중에 그 애가 돌아왔을 때 "너 어차피 집에 갔을 줄 알았어."하지 않고 "너를 찾으러 온 학교를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녔어.", "나 진짜 너를 못 찾을까 봐 무서워서 춥기도 하고, 또 옥상이랑 운동장에선 햇빛땜에 덥기도 하고 그랬어."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돌아다녀 두는 것.
왜냐면 말이지. 외로움과 절망감과 분노를 실컷 느끼는 와중일 텐데도 카톡은 다 읽잖아 얘가. 답장도 못하면서 혼자 '이 사람은 뭐지..'하고 있을 거잖아 귀엽게..
얘가 돌아왔을 때 "어어, 왔어? 잘 왔어. 나 너 찾으러 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다 진짜루." 할 수 있게 해 두는 그런 거. 그런 게 내 일인 것 같아.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가영이한테서 카톡이 왔어.
"선생님 저 집이에요. 잤어요."
역시. 나는 바로 답장했지.
"그랬구나. 알았어 내일 봐. 연락 줘서 고마워."
하려고 준비해둔 말들은 내일 만나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