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이가 자퇴했다

Part 2. ep 13. 소진이

by 오엉


2018년에 이 지역으로 함께 발령받은 상담 동기쌤들이 있어. 일 년에 두어 번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떨지.

각자 학교에서 겪는 일들, 힘든 아이들 이야기, 미친 관리자 이야기, 그런 거.


그날도 그랬어. 다들 요즘 만나는 힘든 아이들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는데, 나는 한 사람의 입만 계속 쳐다봤어.

메린이와 소진이가 간 중학교의 상담선생님.


그 쌤 입에서 나오는 얘기 중 '저거 메린이다' 싶은 건 있었는데, 소진이 이야기가 안 나오더라고. 적응 잘하고 있는 건가? 더 이상 상담이 필요 없을 만큼 좋아진 건가? 궁금했어. 그래서 나중에 따로 물어봤지.


"그 학교에 소진이라고 있지 않아요? 제가 첫 학교에서 만났던 애인데. 걔 잘 지내요?"


그랬더니 그 쌤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어.


"아.. 걔는 저 몇 번 못 만나고 자퇴했어요."


중학교도 자퇴가 돼요?


"뭐.. 홈스쿨링하고 검정고시 본다고 하고 나가면 못 잡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 그 뒤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 웃긴 이야기에 같이 웃고, 맞장구도 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먹먹했어.


아. 그래서 연락이 안 됐구나.

메린이랑은 꾸준히 연락을 했거든. 메린이 생일에 축하 연락하고, 메린이가 스승의 날과 내 생일에 축하 연락 주고. 근데 소진이는 졸업한 해엔 연락이 되다가 그다음 해엔 연락이 안 됐어. 내 생일 축하에 그냥 답이 없었어. 그게 이상했었거든. 어떤 심경의 변화인 걸까, 왜 나한테 답장을 못 할까. 그냥 중학교 가서 바쁘고 새 친구들 생기고 그런 건가 보다, 했는데. 자퇴라니.





자퇴.png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집에 도착하니까 엄마한테 말해줘야 할 것 같았어. 소진이 졸업하기 전까지 1년 내내 엄마가 침대맡에 소진이 이름을 써놓고 매일같이 기도해 줬잖아. 엄마도 알아야 할 것 같았어.


"엄마, 소진이 자퇴했대."


말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줄줄 나더라. 2년이나 지났는데, 더 이상 내 학생도 아닌데, 내가 걔 엄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엄마는 소진이 이름을 안 까먹고 있었어. "어머.. 아휴 참..", "기지배.. 좀 그냥 다니지.." 하면서 날 달래줄 뿐이었지. 소진이가 괜찮아지기를, 학교에 잘 다니기를, 잘 크기를, 그렇게 매일밤 기도했던 두 여자가 울었어. 잘 클 거라고, 잘 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냥 소진이의 자퇴가 내 실패처럼 느껴져서 아팠어. 나도 이렇게 아픈데, 소진이 엄마는 어떨까 싶어서 더 눈물이 났어.


소진이가 학교를 안 다니면 매일매일 어떤 삶을 살지,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너무 걱정이 됐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자퇴 소식을 들었다는 말은 빼고, 오랜만에 소진이 생각이 나서 연락해 본다고 카톡을 보냈지만 답은 역시 오지 않았어. 곁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소진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그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학교 같은 거 안 다녀도. 그냥 내 기도는 그렇게 바뀌었어.


첫 학교에서 "잘 클 거예요"라고 말해줬던 멘토쌤의 말을, 두 번째 학교에서 지호 엄마에게 그대로 전했던 내가, 이제는 그 말을 나 자신에게 되뇌어야 할 것 같아.


소진아, 잘 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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