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ep 1. 시작은 병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난 4년간 너무 열심히 일한 것 같은 거야. 첫 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이랑 부장님이랑 예삐까지, 모두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교육청으로 내신을 쓰고 나서는 그 생각에 잠겼어.
교육청으로 발령 나면 2년 동안은 방학이 없을 테니까, 학교에서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야무지게 즐기기 위해 전국일주도 하면서, 끊임없이 내 마음을 갈고닦았어. '더 이상, 절대로, 열심히 살지 말자.' 그게 교육청 위(Wee) 센터로 전입하며 했던 각오였어.
3월 1일 화요일. 교육청 첫 출근 날.
아침에 눈을 떴어. 알람보다 먼저. 6시 반쯤이었나.
천장을 봤어. 일어나야 해.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출근해야 해.
근데 몸이 안 움직이는 거야.
아프지는 않았어. 열도 없고, 기침도 안 나고, 어디 쑤시지도 않아.
그냥... 가기 싫었어. 도저히, 너무, 진짜로 가기 싫었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또 적응해야 하고, 또 웃어야 하고, 또 '잘 부탁드립니다' 해야 하고.
생각만 해도 온몸이 무거워졌어. 이불이 천 근처럼 느껴졌어.
7시.
일어나야 해.
근데 못 일어났어.
7시 반.
진짜 일어나야 해.
근데 못 일어났어.
8시.
이제 진짜 일어나서 씻어야 하는데.
진짜 못 일어나겠는 거야.
그렇게 8시 반.
출근 시간은 9신데.
나는 여전히 이불속에 있었어.
'아프다고 할까?'
그 생각이 스쳤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어. 4년 동안 단 하루도 아프다고 빠진 적 없었거든.
아파도 출근했어. 감기 걸려도, 생리통 심해도, 체해도. 그냥 갔어.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오늘은. 진짜 아프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어.
첫날인데. 첫날부터 빠지면 어떻게 보일까. 미친 짓이야.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8시 45분.
'코로나인 것 같다고 하자.'
손이 떨렸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어.
미리 저장해 둔 번호. 교육청 위(Wee) 센터 실장님 번호.
9시 정각. 전화를 걸었어.
뚜르르. 뚜르르.
"네, 홍미영입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오늘 발령받은 이오엉입니다."
"어, 오엉쌤! 왜 안 와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밝은 목소리. 기대에 찬 목소리.
그 목소리에 죄책감이 확 밀려왔어. 근데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
"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좀 이상해서요. 목이 너무 아프고 열이 나는 게.. 혹시 코로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 병원 가서 검사 좀 해보고 내일 출근해도 될까요?"
순간 정적.
"... 아, 네."
목소리가 달라졌어. 밝았던 톤이 싹 가라앉았어. 한 옥타브쯤 내려간 것 같은 게, 냉랭함이 확 느껴져서 두려운 맘이 들었어. '망했다.'
"그럼 병원 다녀오시고 연락 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내일 꼭 출근하겠습니다."
"네."
툭. 전화가 끊겼어.
핸드폰을 내려놓는 손이 떨렸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 첫날부터 병가라니. 미친 거 아니야 진짜. 어떻게 보일까. 뭐라고 생각하실까. '아 이번에 온 애 첫날부터 빠지네' 할 거 아니야. '코로나래요' '진짜요?' '글쎄요' 그러고 있겠지 지금.
무서웠어. 두려웠어. 떨렸어.
근데.
그래도.
가기 싫었어.
이불을 다시 뒤집어썼어. 눈을 감았어. 죄책감이랑 안도감이 뒤섞여서 이상한 기분이었는데 뒤이어 해방감이 몰려왔어. 그때부턴 기분이 째져서 더 이상 잠도 안 왔어.
'그래. 이제는 반드시, 열심히 살지 말자.'
첫날부터 자체 휴가로 실천했어. 아주 화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