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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AULE Oct 04. 2018

늦은 설영화 감상 <기억의 밤>, <꾼>, <더 킹>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건데? <상>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건데? <상>


늦은 설날 영화 감상후 끄적댔던 글을 뒤늦게 발행해본다. 아직 어떻게 살 지 잘 모르겠어서 생각나는대로 최대한 끄적이면서 살려고 한다. 그럼 좀 정리라도 될까 해서.




설 연휴에 어쩌다가 나름 최신 한국 영화만 세 편을 보게 됐다. <기억의 밤>, <꾼> 그리고 <더 킹>. 흥미는 차치하고 그저 욕설이 적나라하게 들리는 게 싫어서라도 한국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짧은 연휴에 찾아온 무료함과 마침맞은 무료 상영 때문이었다.


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내레이션이 지나치게 친절한 걸 싫어하고, 책상 앞에 앉아있지 않는 시간이 더 많은 검사가 나오는 것도 싫으며, 과한 욕설과 뻔한 신파가 싫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세 영화 모두 재생 속도를 조정해서 보았지만 그래도 그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바에는 수긍했다.


세 편 모두 1997년을 짚는다. 영화가 나온 게 2017년이니 정확히 20년 전을 조명한다. IMF사태는 모든 영화의 중요한 소재였다. 구제금융사태는 그저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영화상에선)하게 살아가려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더 킹>에게 1997년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시기였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주제 의식은 세 편 다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표현하는 소재와 방식이 각각 달랐을 뿐.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를 보자면 그중에서 제일은 <더 킹>이라고 생각한다. 비참한 죽음들을 조명하는 것으로 끝나거나, 완벽하고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비록 유치하더라도 그렇게 대놓고 물음으로서 관객을 자극해주는 끝 맛이 괜찮았다.


그 물음에 대해 나는 조금이라도 악착같이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나 하나 어쭙잖게 글을 쓴다고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도 해야겠다고. 그러려고 나는 공부를 하러 들어왔단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먼지 같은 보탬일지언정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오게 된 건데 나는 자꾸 보상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멍청이같이.


그러니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얼른 논문을 끝내자.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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