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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AULE Mar 05. 2018

비밀의 숲

난 타협 안합니다.

가장 윤리, 도덕이 높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법기관의 추악한 행태와 비합리적인 판단들에 넌더리가 난다. 이미 무너진 신뢰가 가루가 되도록 부서지고 있는 중에도 체념해버리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정의로운 검사 황시목과, 인간미가 넘쳐서 정의로운 형사 한여진이 이 현실에도 존재하고, 어딘가에서 묵묵히 정의를 위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평범한 시민이지만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짖어주면 달라질 수 있다.


오랜만에 데스크탑 스티커 메모를 열었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적어둔 인상깊은 대사들을 발견했다. 고작 12월 중순에 보았을 뿐인데 그새 이 사회에, 그리고 내게 주는 울림이 또 다른 것 같아서 공유해본다.


※ 그래서 당연히 스포일러 있음.


- 비밀의 숲 8화 중

여진: 나는 당한 사람도 당한사람이지만, 내가 매일 보는 동료들이, 어? 내 옆에 완전 보통 사람들이 이러는게 난 이게 더 안돼요, 안돼, 받아들이는게! 저 사람들이 죄다 처음부터 잔인하고, 악마여서 저러겠어요? 하다 보니까, 되니까 그러는거에요!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주면 바꿀 수 있어요.


(동료 경찰들이 용의자를 구타해서 거짓 자백을 얻어냈다는 것을 알게 된 여진. 그러나 인권 침해를 소지로 방면하게 되면 오히려 경찰이 죄도 없이 구금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되므로 경찰 내부에서 구타 행위를 언급하지 않기를 회유하자...)


여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받을까요? 난 타협할 수 없어요. 난 타협 안 합니다.



- 비밀의 숲 15화 중

장건: 아 참... 거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에요. 예? 막 죽일 새끼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대로 사는거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여진: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버리면요?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에서 시작된 수많은 평범한 'I'들의 미투운동을 지지하며, 내가 당했다는 메아리에서 그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보통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흐르기만 하다가 괴물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부디 우리 지치지 않기를. #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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