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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ag Oct 18. 2024

나 책임지기

나는 오늘 폭식을 했다.

나는 오늘 폭식을 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어려웠다. 내가 나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일반적인 식사의 루틴을 벗어난 ‘간식’, ‘군것질’을 하는 날이 오늘만은 아니다. 어제도 먹었고, 최근 들어 그 빈도가 잦아졌으며, 양이 늘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적신호이다. 그것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나에게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간식이 되는 것은 ‘밀가루’로 만든 간식이다. 특히 당분이 많이 들어간, 달달한 밀가루 간식이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아토피를 겪어왔던 나로서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밀가루, 설탕, 소금이 많이 들어간 짠 간식이나 음식을 먹으면 몸, 특히 피부가 아주 빠르게 반응한다.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로, 입가, 입속, 피부 전반 등에 불편함이 생겨난다. 피부만이 아니라, 식사 외에 간식을 먹으면 체중이 늘고, 몸이 무거워지면 숨이 차고, 속이 더부룩해지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아지면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이 빵을 먹음으로써 내가 잠깐의 행복과 긴 불행을 함께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서 간식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간식을 고르고 먹었다는 것에서 나의 자제력이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나를 위해, 나의 삶의 만족도를 책임지기 위해 폭식을 멈추어야 한다.


전문가가 정의하는 ‘폭식’의 정확한 기준을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간식을 먹은 것이 식사 직후라는 점, 그 간식이 초콜릿 하나, 과자 한 봉지도 아니고 편의점 생크림 빵 하나, 과자 3봉지, 떡 한 팩이라는 점, 그것들을 쉬지 않고 먹었다는 점에서 폭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본래도 식사량이 적은 편이 아니라 많이 먹는 것 자체가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식사도 아닌 간식을 지나치게 먹는 것은 내 식사 습관에서 일반적이지 않다.     


내가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고 몸에 해를 주는 상황의 지속은 나의 일상 전반에서 만족감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많이 먹는 상황보다도, 내가 스스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외면하고 나의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특히나 그러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이와 반대되는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고 그러한 생활은 귀찮음과 함께 하지만 내가 그 생활에서 만족감을 얻는 편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내가 정한 아주 작은 목표이자 방법은 일주일 동안 간식을 사 먹지 않고 기숙사에서 주는 밥, 아르바이트하러 가서 먹는 밥만 먹고, 이 글을 씀으로써 의지가 꺾이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촘촘히 계획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간단한 루틴은 다음에 적어보려고 한다.


이 일주일의 기록이 앞으로 내가 또 겪을 수 있는 비슷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먹은 것들; 이걸 왜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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