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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ag Oct 24. 2024

나 책임지기

최악의 나를 만나다.

마음속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꼭, 태풍 같은 재해가 하루 사이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고 온갖 핑계를 찾다가 다치면 마음 편히 그만둘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런 나를 보고 큰 실망을 했다. 충동적으로 먹었다. 치킨은 다행인지 닭이 익지 않아 거의 못 먹었지만 빵, 과자, 과일, 떡. 내 위가 아프다고 할 때까지 먹었고 물을 마시며 넘겼다. 휴대폰을 잡고 밤을 새우기까지 했다.

위가 아프고, 머리도 어지럽고, 나는 왜 이렇게 엄살이 심한가 온갖 불행한 생각과 실낱같은 이성의 반박하는 말들이 지나가고, 지침이 남았다.

내가 실패했다.

나는 내가 공부도, 학업도, 건강도, 실습도,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고 다들 조금 참고 더 성실히 사는데. 나를 더 단단하게 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근성은 나약하고, 천천히 풍화되는 바위보다는 빠르게 마모되는 연필 같아서 결국 실패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 사장님께 폐가 되겠지?
나는 내가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결정했기 때문이다. 불편을 드릴 예정이니, 사과도 드려야 한다.

무책임하고, 자기연민에, 쓸데없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사람.
내가 싫어하고 내가 아니라고 외면하던 내가 다 보였다.
사람에게는 자아가 아주 여러 모습으로 존재해서 통합하기 어렵다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저런 모습의 내가 너무 많은 것 같았다.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더 바쁘고, 더 치열하게 살았고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지 못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들을 존경하고 흠모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아주 먼 어린애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

그래도, 추태를 부리는 내 모습에 혀를 차고 쓴소리를 해도 나에게 다시 할 기회를 줄 너그러운 사람은 나이기에, 다시 하려고 한다.

실패는 있지만, 더 나아진 사람이 되도록 다시 노력해야지.

그리고 언젠가 미래의 내가 더 단단한 사람으로 지금의 나를 보면 또 별것 아닌걸로 저러고 있었구나, 겁도 많아. 하고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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