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인생 한 그릇

심영순

by 정뎅

“요리는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에 소풍날을 좋아했다. 소풍날은 바로 엄마가 싸주는 김밥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김밥을 싸는 엄마 옆에서 재료들을 손으로 야금야금 주어먹다가 꾹 참고서 점심시간에 꺼내 먹는 완성된 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느껴졌다. 그런 날은 꼭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눠먹게 되는데, 나는 대부분 속으론 억울해했던 편이었다. 내가 먹기엔 우리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어서 나눠먹기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두줄 세줄 씩 싸가 곤 했었다.


사실 지금도 김밥을 좋아한다. 요즘은 맛있는 김밥 집도 많고 종류도 많고 특색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엄마의 김밥이 제일 좋다. 그래서인지 가끔 엄마김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상하게 엄마 김밥은 엄마가 만들 때만 난다.

김밥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재료를 하나하나 삶고 자르고 손질하고 볶아야 한다. 지금은 우엉과 단무지가 간편하게 나오지만 그땐 간장에 하나하나 졸여야만 했다. 그 귀찮게만 느껴지는 과정을 엄마는 주부였을 때도, 일하면서도 매 소풍마다, 도시락이 필요할 때마다 꼭 챙겨주었다.


3년 전쯤, 잠시 동생과 단둘이 살 때 동생이 종일 학원을 다녔었다. 한참 점심을 편의점에서 대충 때워서 그런지 몸여기저기서 영양이 부족함이 티가 났다. 그 모습이 안타까움과 동시에 내가 같은 공부 할 때 늘 엄마가 싸주었던 도시락이 생각나 그 이후로 간편한 주먹밥 이래도 꼭 집밥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주고 출근했었다.


요즘 나는 도시락을 챙겨 다니는데, 가끔 엄마의 도시락이 생각난다. 그리고 동생에게 챙겨줬던 도시락이 생각난다. 도시락을 챙긴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지겹지 않도록 매일 종류가 겹치지 않게 싸야 하고 무얼 챙길지 고민도 해야 하고 결국엔 반찬이든 국이든 요리를 해둬야 도시락 챙기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날은 동생 도시락과 함께 챙겨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일어나기 귀찮아 사 먹을까 했다가도 내 도시락만 걸린 문제가 아니니 겨우 일어나 챙긴 날이 있었다. 그날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사람은 자신의 노동의 대상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일하기 마련이다.’ 귀찮고 힘이 들어하기 싫은 노동도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겨내지는 거 구나. 싶었다. 내겐 도시락 챙기는 노동 또한 그런 의미로 느껴졌었다.


심영순 할머니의 말씀을 읽고 확신이 들었다. 요리도 노동이니 사랑이 맞다. 시간과 정성을 깃들여야 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 가지고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도시락을 잘 챙겨 다니는지는 내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만큼 챙기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 대충 먹어 대충 챙기기보다. 덜 자극적이고 더 건강하며 더 정성을 다한 요리를 직접 해서 먹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나를 위해 정성을 쏟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배달음식과 외식보다 엄마밥이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물론 엄마 밥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직접 해 먹는 집밥을 더 가까이 자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요리는 정성을 다하는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엄마가 우리를 사랑했던 마음처럼, 나를 사랑하는 마음, 같이 사는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사실은 요리를 안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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