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플랭크
“사람들은 무상함이라는 쭉정이만 남은 밭을 생각하고 자기들이 운반해 놓고 쌓아 놓은, 자기들이 저장해 놓은 수확물로 가득 찬 과거라는 풍성한 창고는 그냥 넘어간다.”
내 성격이 싫게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찌질하고 소심한 편인데다가 차분하지 못하고 조심 스럽지도 못했다.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번 들쑥날쑥. 산만한거 같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축 쳐져있는게 오죽하면 중학교 시절 별명에 ‘우울한’ 이라는 접두사가 붙인채로 불렸다.
그랬던 내 성격으로 인해 생기는 상황들이 수치스럽게 다가올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었다. 저 친구가 그럴땐 사랑스러워 보이던데, 이 친구가 그럴땐 어른스러워 보이던데. 비교가 되는 순간은 더더욱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내 성격은 내가 살아오면서 수 없이 거쳐온 상황 속에서 얻게 된 생존방식 비슷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냥 부정할수는 없었다. 왜인지 조금은 짠하고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 것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 덜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내 성격 안에는 분명 장점도 존재 했다. 답답하게만 느껴질 수 있던 면은 인내심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고 들쑥날쑥 감정을 주체 못하던 면은 몰입도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련하거나 고집이 세다는 면 들은 어쩌면 책임감이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성격 뿐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지금의 나에게 존재하는 건, 그만한 과거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그때 당시엔 가장 최선이라고 판단된 선택들 이었을 것이다. 만약 다른 판단을 할 걸 하고 후회된다면, 그 결과 지금 더 나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다음의 비슷한 갈림길에 있을 때 후회되지 않을 선택을 해보면 적어도 나 스스로는 무엇이 나을지는 깨달을 수 있긴 하겠다.
지금 내 모습이 한 없이 별로라고 최악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여전히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아마도 그건 빅터 플랭크가 말했듯 현실과 이상사이에 조성된 긴장 이거나 타인과의 나 사이의 격차로 느껴지는 박탈감 때문 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쭉정이만 남은 밭만 쳐다보지말고 어서 정신차려 저장 해놓은 수확 물로 가득한 풍성한 창고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기로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그 동안 저장해온 가득 찬 창고 들이 있음에 감사히 생각하며 잘 활용해 밥을 지어먹고, 다음 창고에 더 풍성해 질 수확 물을 위해 힘을 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