윰베르트 에코
216p 물론 우리는 오늘날 그 훌륭한 그림들을 보면서 커다란 즐거움을 얻는다. 그것을 감내했던 사람들의 괴로움을 잊고, 또한 그 괴로움은 예술의 위대함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우울하다면 우울하다고 할 노래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티스트의 멜로디도 음색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사 때문이다. 가만히 노래를 듣다 보면 언제부턴가 늘 속에 품고 있었던, 가끔 꺼내어 생각해 보다 그만 속상해지고 말아 버리는 그런 마음들을 대신해서 표현해 준 것 같아서 매우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동시에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나도 저런 멋진 재능을 갖고 싶다. 하며 궁금하고도 부러웠다.
그런데 지금생각해 보면 흩어져있는 마음, 생각들을 한데 모아 잘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스스로 매번 느끼면서도 잘 해내는 다른 사람들은 재능이다 하며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워졌다.
물론 재능이 타고나 수월했던 이도 있었겠지만 모르는 이들 마음마저 위로를 해줄 수 있기까지 셀 수없이 많은 노트와 되새김으로 느꼈을 괴로움들을 감내했을 거라 생각하니 말이다.
결코 단 한 번도 그 감내했을 노력을 예술의 위대함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지다고 느껴졌다.
예술이 아니더라도, 내게도 그런 점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감내해 오며 만들어낸, 잘 해내는 점은 뭘까.
우울이 깊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엔 조금 삶이 위태로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고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힘들고 좌절스러운 마음이 있더라도 잘 견디고 이겨내는 힘과 속도가 꽤 빨라지고 수월해졌다.
물론 머리가 크고 경험이 쌓이면서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점차 길러진 것 일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그저 버티듯이 묵묵히 견뎌낸 날들, 그리고 그보다 나아지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시도해 본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참 기특하다고 느껴진다.
겉으로 티가 잘 안나는 것들이 있다. 무언갈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잘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티가 나지 않는 것들은 보이지 않은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알 수 없을지라도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지금 혼자서 끙끙 감내하고 있는 것들이 위대한 결과를 낼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지금의 시간들은, 작은 것 같아도 작지 않은 것들은 결코 별게 아닌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