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면 변명이 보인다고 했어요.” - 32p
책임감, 저 문구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책임감이었다. 아빠가 어릴 적 내게 가장 자주 하시던 말은, “동생들이 그런다고 너마저 똑같이 그러면 어떻게 하니. 네가 첫째니까 그러면 안 돼, 엄마 아빠 없으면 네가 동생들을 책임져야 해”였다. 어릴 땐 왜 그런 말을 내게 하시는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잘은 몰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고 구태여 갖고 싶지 않았던 커다란 무언가를 가져와 “네 거”라며 잔뜩 얹혀주는 것만 같았다. 물론 첫째라는 이유로 얻을 수 있었던 특권도 있었다. 모든 순서는 내게 제일 먼저 왔고, 선택지나 용돈, 선물의 크기도 내가 동생들보다 더 많고 컸었다. 그러면서 아빠는 늘 “누나니까, 언니 먼저”라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그런 차별들을 분명히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자연스럽게 첫째로서 얻는 대가만큼 따르는 책임에 대한 무게를 알려주려고 하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받아온 교육 덕분에 나는 나름 책임감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리나 위치도 그렇지만,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에서 주인 의식이라니, 가당하기나 하는 건가 싶었다. 내 회사도 아닌 곳에서 주인의식이 어떻게 생기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재작년쯤 이 바보 같은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주인의식이란 맡은 일이 작던 크던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 한다는 건데, 이건 사실 회사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책임지고 잘 해냄으로써 무엇보다 가치있어지는 것은, 내 업무 능력, 문제 해결 방법, 정신 건강 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해당된다. 이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체적이지 못하니, 진짜로 바보같이 회사일을 해주게 되는 것일 뿐이게 된다.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마찬가지이다. 내 인생을 끝까지 지켜볼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이다. 그러니까 그 누구보다 내 생각, 마음, 감정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책임져야 한다.
회피하거나 포기해버리는 건 나 자신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떠한 선택에 따른 결과가 다 그만두고 싶을 만큼 최악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손웅정의 말처럼 그게 무엇이든, 하려고, 해내려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서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나는 적어도 하지 않으려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보단, 하려고 노력해서 나 스스로에게 최선과 방법을 보이는 사람이고 싶다. 미래의 나를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