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 240p
가만보면 영화 든 드라마든 책이든,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어릴 적 나는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크게 부족함 없이 보낸 편이지만 그 속에서 나도 김혜자 배우의 말처럼 나름대로 깊은 우울을 가지고 죽는건 무서우면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가까이 두고 살았다. 지금에야 좋은 책과 말들을 가까이하며 지내니 좋은 해석이 되어 다른 시선을 가지고 따뜻하게 보게 되었지만 당시엔 정말 무기력했는데 그 이유는 채워지지 않는 인정과 만족감 때문 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나에게서 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부러운 점과 닮고 싶은 점을 더 잘 보았고 내 삶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욕심 낸 적이 있었다. 창피하게도 나는 속으로 시커먼 생각을 했다. 이 우울한 인생.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런게 아닌데 내 인생은 왜 이런걸까. 곱씹으며 그렇다고 뚜렷하게 무슨 삶을 살고 싶다고 정의 하지도,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랬으면, 저랬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달랐을 거라는 인생을 상상하며 꿈 꿔보기도 했다. 그런 환상 속에서 헤매느라, 그땐 그냥 하는거지, 그냥 사는거지 하는 그런 그냥이라는 말들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이 예전보다 건강해지는 과정에 가장 위로 되었던 말이 그냥 사는 거라는 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도 내가 가장 위로 받는 순간은 주인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살아내는 순간이다. 그 속에서 좀 부족하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살아가기로 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엔 항상 감사함, 따뜻함과 다정함이 있었던 것 같다.
첫 단추를 잘못꿰면 그냥 언발란스하게 살면 된다 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말은 그런 말인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느껴질 부족함만 보느라 혹은 망쳤다고 생각하는 과거를 후회하느라 스스로를 우울하고 무기력한 곳에 가두지 말아야한다. 그저 하루하루 지켜내는 성실함과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에 감사함,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하는 누군가에게 진실되게 행하는 다정함으로 그냥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냥 이라는 표현을 했나 싶다. 전부 표현해내기 어려워서. 그 속에 그 고난과 역경을 다 감내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스스로 느껴야 하는 거라서.
어쩌겠나 그냥 살아야지. 그만두기엔 나는 너무 겁쟁이에 잃을 것도 하고싶은 것도 많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욕심 많고 쉽게 감사할 줄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반성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냥 살아야지. 욕심 좀 덜 부리고 좀 더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그냥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