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by 정뎅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중국집 아들이 중국 음식 안 먹는다는. 제가 딱 그랬습니다.


엄마가 요가선생님이시거든요. 뛰어다니고 땀 흘려 놀 줄만 알던 명랑한 제게서 정적이고 집중과 호흡이 중요한 요가의 어떠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어릴 적 체육 시간 유연도 검사 항목에서 항상 저는 평균보다 떨어지는 수준인 정도로 유연성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20대 후반 어느 날,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정도 휴식기를 가질 때였습니다. 근 4년을 다니던 직장. 매일 다니던 사무실 공간과 머물던 시간, 소속되어 있던 사회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니, 한 달은 꼬박 즐거웠어요.


장거리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직장 상사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늦잠도 자고, 집 밥도 먹고, 종일 드라마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던 걸 전부 하게 되니 마음 한켠 에선 아이러니하게도 걱정이 차오르더군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


결국 두 달째가 되니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꾸만 나의 쓸모를 확인하게 되었어요. 인간은 자유가 주어진 만큼 불안으로 채워진다나요. 생각할 시간이 늘어나고 여유가 생기자 이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불안하고 어지러운 심신을 요가로 달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힐링과 안정, 호흡 제가 생각했던 요가의 이미지였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맙소사 힐링과 안정이요? 숨이 차오르는데 트이지는 않아 호흡이 원활하지도 않고, 생전 처음 쓰는 근육을 쓰겠느라고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균형감이라곤 하나도 없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보다 더 흔들거리는 온갖 수치스러운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되었죠.


그동안 워낙 운동을 안 했으니, 그럴 만도 싶었지만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중간에 수업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도대체 어떤 이가 요가를 힐링하는 운동이라고 했나요?


매일 저녁 8시 수업이었는데 7시만 되면 고민했습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게 꾸역꾸역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을 지내고 보니 제가 어느새 잠시도 유지하기 힘들던 자세에서 호흡 5번 더, 10번을 더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이었죠.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인내심도 생겼어요.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따라가느라 집중해서 경청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몸치였던 제가 몸을 사용하는 감을 익히게 되었고 무리해서 따라가기보다 정확한 자세로 꾸준히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오로지 어제의 나를 스스로 이겨내는 수련의 시간들 보내며 한 없이 겸손해지곤 했습니다.


"요가매트 위에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엄마가 하신 말씀입니다.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한 사람 누울 자리만큼의 크기뿐인 매트 위에서 얻을 것이 도전할 것이 전념할 것이 너무도 많아서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당시 약 2개월, 이직 준비 기간 동안 했던 요가는 제게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매력에 빠져 비록 중간에 쉬는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약 2년 조금 넘도록 꾸준히 요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사하고 이래저래 3개월간 쉬었던 요가를 다시 하려니 햄스트링은 다시 짧아졌고 어깨도 여전히 열리지 않아 고된 수업들을 견디느라 괴롭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다시 수련해야죠. 맛보았거든요. 꾸준히 수련했을 때의 그 희열을.



2025년 어느날 묻지마 3시간 수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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